법적 구속력 없지만 '가이드라인'…노동계 "노동 적폐"
'1년8개월 만에 폐기' 양대 노동지침… 무슨 내용이길래
정부가 25일 전격 폐기한 양대 노동지침을 놓고 노동계에서는 그동안 사회적 대화 중단을 초래한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노동 적폐' 사례로 지적해왔다.

양대 지침이란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을 말한다.

이 가운데 공정인사 지침은 저성과자 해고를 가능하도록 '일반해고'를 허용하는 게 핵심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해고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으며, 사측에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 방법은 '징계해고'와 '정리해고' 등 2가지다.

징계해고는 근로자가 비리나 심각한 법규 위반을 저질렀을 때, 정리해고는 기업의 경영악화로 고용을 중단할 때에 불가피하게 이뤄진다.

하지만 일반해고는 이른바 저성과자나 근무태도가 불량한 직원의 고용을 중단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우수 인력을 상시 채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노동자는 늘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한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1월 22일 일반해고 대상을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저성과자를 추려내고 이들에게 재교육·배치전환 등의 마지막 기회를 준 뒤에도 개선의 여지가 없거나 업무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는 근로자'로 규정했다.

이에 맞서 노동계는 공정인사 지침이 '쉬운 해고'를 양산할 게 뻔해 절대 수용할 수 없는 '노동 개악'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전면 폐기를 요구해왔다.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은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노조나 노동자 과반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완화하는게 골자다.

취업규칙은 채용·인사·해고 등과 관련된 사규를 말한다.

박근혜 정부는 당시 취엄규칙 지침을 만들면서 판례에 근거해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취업규칙 변경이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변경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 ▲사측의 변경 필요성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당성 ▲다른 근로조건 개선 여부 ▲노조 등과의 충분한 협의 노력 ▲비슷한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 6가지를 제시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면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을 마음대로 도입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실제로 양대 지침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면서 근로자들에게 상당한 심리적 구속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김범수 기자 bum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