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교육평가제도 개선 토론회…"수능, 학력고사와 대동소이"
"몇 과목 절대평가냐 싸울 일 아냐…완전히 새로운 시험 필요"
"시험 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절대평가를 적용해도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인재가 길러지진 않는다."

21일 국회 미래일자리와 교육포럼 주최로 의원회관에서 열린 '교육평가 어떻게 제대로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절대평가 도입이 암기식 수업 등 현재 교육문제 해결에 능사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책 '서울대에서 누가 A+를 받는가' 저자인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과거 학력고사와 현재 수학능력시험의 차별점은 사지선다냐 오지선다냐 그뿐"이라면서 "문제 유형·성격·형태 등 모든 것이 20여년 전과 차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 소장은 "(현재 수능에서는) 대동소이한 보기 중 미묘한 차이점을 구분해 정답을 맞히는 것이 우수한 능력으로 평가받는다"면서 "이런 식의 문제들로 (학생들의) 사고력을 키워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입시제도는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수도 없이 바뀌었지만, 근본적으로는 변화하지 않아 사태는 악화해왔다"면서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은 것이 시험이며 시험에서 어떤 능력을 측정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공부법과 교사들의 교수법, 사교육 시장까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단지 몇 과목을 절대평가할 것인지로 전 국민을 싸움 붙일 일이 아니다"라면서 "창의적 교육을 바란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완전히 새로운 시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스위스 비영리 공적교육재단인 IBO에서 주관하는 IB와 영국의 중등교육 자격시험인 GCSE를 보완한 IGCSE를 새로운 시험의 본보기로 제시했다.

IB는 각국에 흩어진 외교관이나 주재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시험이고 IGCSE는 수능과 같은 대입시험이라기보다는 중·고등학교 과정 검정시험이다.

두 시험 모두 수험생의 사고력을 측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전쟁이 사회변화를 가속한다는 관점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논하라'든가 '부유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보다 행복하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서술하라'는 등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 출제된다.

이 소장은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시험과 기존 우리나라 시험은 양립할 수 없으며 부분적으로 도입하면 학생들에게 이중고만 안긴다"면서 "대입에서 수시모집이 80% 가까이 차지하는 등 정성적 평가가 시작돼 변화의 토대는 이미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의 주장에 대해 신성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참교육실장은 "대체로 공감한다"면서도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것은 '경쟁력 있는 노동력'을 만드는 것이 교육의 목표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신 실장은 "경쟁을 통한 인재양성 대신 협력을 교육 방법이자 목표로 삼아야 한다"면서 "학급당 학생 수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많고 수시모집의 기초가 되는 내신도 객관식 시험 위주로 산출된다는 점에서 변화의 토대가 마련됐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능 개편 없이는 수업과 평가제도 혁신은 공염불"이라면서도 "수능이 바뀌어도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혁신되지 않으면 평가제도 혁신에도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최진규 충남 서령고등학교 교사, 조창완 좋은교사운동 교육연구위원장, 김성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정책위원, 이현숙 건국대 사범대학 교수, 나명주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수석부회장 등도 참여해 교육 평가제도 개선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유성엽 의원, 박춘란 교육부 차관,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 등은 축사를 보냈다.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jylee2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