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시설 확대·의료비 부담완화…정부, '치매안심사회' 목표

18일 정부가 발표한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계획'은 치매 예방부터 조기진단, 상담, 사례관리, 의료지원, 돌봄, 연구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지원체계 구축 계획을 담고 있다.

작년 말 현재 우리나라 치매 인구는 69만명으로 추산되고 급속한 고령화로 2030년에는 127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치매환자가 늘어나면서 당사자와 가족의 고통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으나 그동안 정책적 지원의 부재로 가계가 파탄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치매 국가책임제를 통해 환자와 가족이 기대할 수 있는 변화를 치매상담콜센터 등에 들어온 실제 사례를 대입해 살펴본다.

◇ 증상 의심시 치매안심센터 찾아 일대일 지원받는다
70세 남성 A씨는 퇴직 후 기억력에 문제가 생겼다.

5년 전 대학병원에서 인지검사와 뇌영상검사를 받았는데 '아직 치매는 아니지만, 경도 인지장애가 의심되니 뇌 영양제를 복용하면서 지켜보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치매로 진행되지 않을까 항상 걱정되지만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A씨는 오는 12월까지 전국 252개 보건소에 설치되는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해 일대일 맞춤 상담을 받는 게 좋다.

센터는 65세 이상 어르신을 검진해 '인지저하'로 판단되면 노인복지회관에서 치매예방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연결해준다.

경증치매'는 주야간보호시설이나 치매안심형입소시설에서, '중증치매'는 요양병원 등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센터는 진단 결과와 서비스·시설 이용 현황을 치매노인등록관리시스템에 저장하기 때문에 환자가 주소를 옮긴다 해도 다른 센터에서 연속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 등급외 치매환자도 장기요양 등급 부여…국가 서비스 가능

84세 할머니인 B씨는 시골에서 혼자 살고 있다.

B씨는 식사를 준비하면서 냄비를 태우고, 살던 동네에서도 길을 잃어버리는 등 치매 증상이 심해지고 있다.

치매 노인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주간보호시설을 이용하고 싶어 장기요양 등급을 신청했으나 등급외 판정이 나와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B씨는 내년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장기요양 등급을 받고 주야간보호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치매를 앓는 어르신이라면 누구나 장기요양서비스 대상자가 될 수 있도록 선정기준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신체기능을 중심으로 장기요양 등급(1∼5)을 매겼는데 신체활동에 문제가 없는 경증 치매환자는 등급 판정에서 탈락해 신체활동이나 가사를 도와주는 서비스를 받을 수가 없었다.

◇ 치매 맞춤형 프로그램 제공하는 장기요양시설 확충

91세 C씨는 부인(88)과 전남의 한 섬에서 단둘이 살고 있다.

C씨는 치매 진단을 받았는데 최근에는 환각 증세를 보이고 집 밖을 배회하는 일이 잦아졌다.

고령인 부인이 혼자 돌보기에 힘이 부치는 상황이다.

섬이다 보니 자녀가 자주 찾아오기 힘들고, 주변에 장기요양시설도 없어 가족의 걱정이 크다.

C씨는 앞으로 치매노인 돌봄에 특화된 치매안심형 주야간보호시설이나 요양시설에서 지낼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는 활동성이 강한 경증 치매노인이 주로 이용하게 될 시설을 2022년까지 확충한다.

이들 시설에는 요양보호사가 더 많이 배치되고 전문교육을 받은 프로그램 관리자가 치매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 '폭력 등 이상행동' 환자는 공립요양병원서 단기 집중치료
D씨는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받은 지 2년이 된 70세 어머니와 살고 있다.

지난 설에 어머니는 다른 자녀들이 인사를 오지 않자 폭언하며 D씨를 때렸다.

'너희가 짜고 나를 정신병원에 보내려고 한다'고 소리치며 공격성을 보이는 어머니 때문에 D씨는 큰 좌절감을 느꼈다.

가정에서 불안, 폭력, 폭언 등 이상행동증상(BPSD)을 보이는 치매 노인은 전국 15개 시도 내 79개 공립요양병원에 설치될 치매안심병동에서 단기적으로 집중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상행동증상을 보이는 치매 환자의 10∼20%는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현재는 34개 공립요양병원에 치매 전용 병상이 1천898개 설치되어 있지만 올해 말 이후에는 79개 병원, 3천700개 병상으로 늘어난다.

◇ 본인 의료비 부담 20∼60%→10%로 완화

83세 E씨는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료를 받고 있다.

E씨는 치매뿐만 아니라 다른 노인성 질환도 앓고 있어 입원과 퇴원을 반복중이다.

연간 200만원(총진료비 770만원, 공단부담금 570만원, 입·내원일수 52일 기준)의 의료비가 발생하는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E씨가 부담할 연간 의료비는 앞으로 200만원에서 77만원으로 줄어든다.

지난달 중증 치매환자의 의료비 본인 부담률을 4대 중증질환과 같은 수준인 10%로 경감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함에 따라 E씨는 내달부터 의료비의 10%만 본인이 부담하면 되기 때문이다.

중증 치매환자는 지금까지 진료항목에 따라 의료비의 20∼60%를 부담해왔다.

◇ 촘촘해지는 국가 치매 검진…2년마다 인지장애 검사
70대 중반의 F씨는 1∼2년 전부터 은행거래를 하면서 실수를 하고, 익숙한 길에서 헤매는 등 인지저하 의심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족은 병원 검진을 제안했지만, 자존심이 강한 F씨는 병원 검사를 거부하고 있다.

F씨는 앞으로 정부가 시행하는 국민건강검진을 통해 2년에 한 번씩 무료로 인지장애 검사를 할 수 있다.

종전에는 66세부터 4년마다 검사를 받을 수 있었고 1차로 간이검사를 한 후 이상이 발견될 때만 15개 항목의 인지장애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처음부터 15개 항목의 검사를 받고, 여기서 치매가 의심되면 치매안심센터로 연결돼 지속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다.

◇ 지문등록·위치추적으로 실종 방지
G씨는 올해 치매 진단을 받은 남편(83)을 홀로 돌보고 있다.

남편은 집 밖으로 혼자 나갔다가 3번이나 실종됐고, 그때마다 경찰 도움으로 집에 돌아왔다.

남편을 시설이 아닌 집에서 돌보고 싶은데 실종 위험 때문에 걱정이 많다.

G씨는 경찰청이 운영하는 '치매 어르신 지문 사전등록 제도'를 이용해 남편의 실종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남편이 실종되면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해 즉각적인 수배가 가능하다.

센터는 G씨가 원하면 스마트폰 앱으로 남편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위치추적장치(GPS)를 대여해준다.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withwi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