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유통업자·대출중개업자 등 41명 무더기 기소
불법대출 돕고 최고 1억3천 뇌물 금융사 직원 4명 적발


올해 초 제2금융권에 수천억원대 피해를 준 육류담보 대출 사기는 유통업자와 대출중개업자 등이 조직적으로 공모한 범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업체 직원이 뇌물을 받고 대출을 도운 사실도 확인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박진원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로 정모(52)씨 등 육류 유통업자와 대출중개업자, 창고업자 13명을 구속기소하고 2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정씨 등은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육류 가격을 부풀려 담보로 맡기거나 담보를 중복 설정하는 수법으로 동양생명 등 제2금융권 업체 14곳에서 대출을 받아 약 5천770억원을 갚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육류담보 대출은 쇠고기 등 냉동보관 중인 수입 육류를 담보로 이뤄지는 대출이다.

유통업자가 수입 고기를 창고업자에게 맡기면 창고업자가 담보 확인증을 발급하고, 유통업자는 이를 토대로 대출을 받는 구조다.
'고깃값 부풀리고 담보 중복설정' 5700억 육류담보 대출사기
정씨 등 유통업자는 대출중개업자·창고업자와 공모해 담보로 맡길 육류 품목을 실제보다 비싼 품목으로 허위로 기재하거나 가격을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1㎏당 4천원 정도인 깐양 부위를 담보로 맡기고는 1㎏당 2만원 수준인 양깃머리를 제공한 것처럼 속였다.

1㎏당 2천500원인 수입산 항정살은 9천450원으로, 2천700원인 도가니는 1만5천원으로 시세보다 4∼5배 부풀렸다.

이는 금융기관이 시세 파악 전문성이 없어 대출중개업자 의견을 따르는 점을 노린 수법이라고 검찰은 전했다.

현행 육류담보대출 제도상 담보물이 이미 다른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됐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는 점을 악용해 중복 담보도 설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50여개 유통업체가 유착해 서로 대출한도를 빌려주는 수법도 쓰였다.

해당 금융업체 직원들은 대출을 돕고 뇌물을 받아 챙겼다.

검찰은 대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특경법상 수재 등)로 동양생명 팀장 이모(46)씨 등 3명을 구속기소 하고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고깃값 부풀리고 담보 중복설정' 5700억 육류담보 대출사기
이씨 등은 대출 한도를 늘려주거나 담보물 실사 과정을 간소화해주는 대가로 2010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천600만원∼1억3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앞서 동양생명 등 피해 회사로부터 고소장을 제출받아 2016년까지 50여개 업체가 빌려 간 육류담보 대출금 1조9천억원의 사용 내역을 분석한 끝에 업자들이 유착한 조직적 사기행각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검거된 업자들은 기존 대출금을 돌려막기나 창고업체 인수, 이자·수수료 지급, 부동산 투자 등에 대출금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현행 육류담보 대출제도의 문제점을 관계기관에 통보해 관련 제도 개선에 참고하도록 조치했다"면서 "향후 금융기관 등의 피해 회복에 도움이 되도록 범죄 수익 은닉 여부를 계속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