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가점유율 56.8%…주요국보다 4.4∼14.2%포인트 낮아
LA·런던보다 내집마련 힘든 서울… 10년 한푼 쓰지 않고 모아야
가처분소득과 주택 가격을 비교했을 때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일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나 영국 런던보다 힘든 수준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은행과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조사, 미국 컨설팅업체인 데모그라피아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서울의 연간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10.3배였다.

세금 등을 빼고 가구가 쓸 수 있는 연간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 넘게 모아야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의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은 중국 베이징(14.5배), 상하이(14.0배)나 호주 시드니(12.2배), 캐나다 밴쿠버(11.8배)보다 낮았다.

그러나 9.3배인 LA나 9.2배인 미국 샌프란시스코, 8.5배인 런던보다 높았다.

내 집 마련이 어렵다 보니 자신이 보유한 집에서 사는 자가점유비율도 서울이 주요 선진국과 견줘 낮게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총 1천911만2천가구 중 자신이 보유한 주택에서 사는 자가점유 가구는 1천85만 가구였다.

자가점유비율은 56.8%로 집계됐다.

이는 영국(2007년 기준)의 71%, 미국(2011년 1분기 기준)의 66.4%, 일본(2008년)의 61.2%보다 4.4%포인트∼14.2%포인트 낮은 것이다.

일부에서는 서울을 비롯한 한국의 주택 가격이 외국과 견줘 과도하게 비싼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조사 기관마다 소득 대비 주택 가격 기준이 다르고 또 다른 지표에서 보면 한국의 지수가 높지 않게 나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0년도 각국의 소득 대비 집값을 100으로 봤을 때 지난해 4분기 한국의 수치는 86.2였다.

2010년과 견줘 13.8% 싸졌다는 의미로, 수치 자체는 조사 대상 32개국 중 29위였다.

전문가들은 각국의 상황이 달라 집값의 국제 비교는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소득과 비교할 때 국내 집값 부담은 적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 부담이 크다 작다는 나라마다 상황이 달라 일률적으로 비교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소득 상승 폭보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라 집값 부담이 커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집이 없는 사람들이 과도한 주거비 부담으로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며 "특히 독거노인이나 청년들의 피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내 집 마련의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정부가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해야 무주택자에게도 기회가 갈 수 있다"고 제언했다.

(세종=연합뉴스) porqu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