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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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아끼고 가볍고… 솔직히 교재가 너무 비싸요. 다 사려면 20만 원이 넘는데 부담되죠."

서울의 한 공과대학에 재학 중인 A씨(22)는 개강 후 사야 할 수업 교재 목록을 보자 한숨부터 나왔다. 모두 사면 이번 달 용돈이 반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한 학기 쓰면 다시 들여다볼 것 같지 않은 전공 서적이라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동기들과 함께 사설 인쇄업체를 찾아 수업 교재 6권을 제본했다. 그는 "불법이라는 건 알지만 이렇게들 한다"고 털어놓았다.

개강을 맞이한 대학가 곳곳에서 여전히 전공 서적 불법복제가 성행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적발한 대학가 불법 복제 서적은 2015년 1만6335점(459건), 지난해 2만1304점(419건), 올해 상반기 9106점으로 집계됐다.

교재 구매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절판으로 구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는 게 학생들 이야기다. 수년 전부터 정부 차원 단속을 하고 있지만 대학가의 불법 복제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다.

특히 최근에는 PDF 파일 형식을 이용한 불법 복제로 방식 자체가 바뀌었다. A씨 역시 "같은 학교 학생에게 1만 원을 내고 책 전체 내용이 담긴 PDF를 사서 몽땅 인쇄했다"며 "흑백이냐, 컬러 차이만 날 뿐 새 교재를 보는 것처럼 깔끔하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은 직접 책을 PDF 파일로 만들어 파는 경우도 있다. 개강 시즌 대학가 인근 복사업체 대상 특별단속 강화로 업체들이 제본을 하거나 스캔을 통해 서적을 판매하는 경우는 크게 줄었지만 학생 간 거래까지는 단속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학생 2~3명이 북스캐너를 직접 구매해 책을 스캔하는 식이다. 한 권당 30분 남짓 스캔해 PDF 파일로 만들면 무한대 복사가 가능하다. 이렇게 만든 파일을 같은 학교 학생에게 파는 사례가 허다하다. 불법 복제 방식이 진화한 셈이다.

이러한 방식의 불법 복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매 학기 수강 과목마다 강의 교재를 구매해야 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저작권법 위반을 인지하면서도 이 방법을 택한다. 책값을 아끼는 이익은 확실한데 단속에 걸려 배상하는 등의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한 탓이다. 2015년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대학생 3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한 학기 평균 전공서적 구매 비용은 9만4000원. 이들 중 '책값이 비싸다'고 답한 학생이 83.5%에 달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제본 또는 스캔한 저작물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매매하는 것은 처벌 대상이다.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한다. 한국저작권보호원 관계자는 "저작권법 제30조를 보면 저작권자 허락 없이 제본된 원본 저작물을 판매하는 행위는 저작권자의 복제권 및 배포권을 침해하므로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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