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1급 딸 일반학교 졸업시킨 장민희씨…"선택의 여지 없었어요"
"특수학교 설립 지지 감사…학교 하나 생기는구나 수용하는 세상 오기를"
무릎 꿇은 엄마… "장애자녀 일반학교 보내고 눈물짓는 일 없길"
"저는 그래도 다른 엄마들보다는 고생이 덜한 편이었어요."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무릎 꿇은 엄마'로 온라인상에서 유명해진 장민희 강서장애인부모회 사무국장은 13일 연합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장애인학교를 지으려면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가 읍소를 거듭해야 하는 나라에서 지적장애 1급인 딸을 20년간 키운 엄마가 자신은 고생이 덜했다고 말하리라 예상하긴 사실 어려웠다.

그는 아직도 딸이 외출할 때면 머리는 감았는지, 안경알에 묻은 기름기는 제대로 닦았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

딸의 아주 사소한 것까지 매번 챙기는 일이 쉬울 리 없다.

그렇다고 그가 장애가 있는 딸을 키우면서 국가나 사회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나 지원을 받아온 것도 아니다.

그의 딸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두 일반 학교를 나왔다.

그도 딸을 특수학교에 보내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집과 같은 구에 있는 강서구 교남학교는 이미 학생들이 꽉 차 입학할 가능성이 없었다.

통학에만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구로구 정진학교나 베드로학교까지는 보낼 자신도 없었다.

장씨는 "딸이 스무 살이 되고 학교도 졸업했다 보니 초연해져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장애가 있는 자녀를 키우며 저보다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그래도 우리 딸은 순둥이였다"고 했다.
무릎 꿇은 엄마… "장애자녀 일반학교 보내고 눈물짓는 일 없길"
딸이 예민하지 않고 '순해서' 키우는 데 남들보다 덜 고생했다는 그의 말은 장애인을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학생을 양육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방증한다.

그는 "딸이 다른 이들보다 주변을 살피는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친구들이 자신을 배척해도 그것을 상대적으로 덜 느끼고 미주알고주알 말하지도 않는다"면서 "그런 것들을 다 알았으면 더 속상했을 텐데 차라리 다행이지 싶다"고 말했다.

이런 그에게 강서구 옛 공진초등학교 터를 활용해 특수학교를 설립하고자 열렸던 두 차례 주민토론회는 고스란히 상처로 남았다.

학교용지에 국립한방병원을 지어야 한다며 특수학교에 반대하는 주민의 폭언을 들으며 장애학생들이 사회에서 어느 정도로 배척당하는지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장씨는 "평소 장애학생 부모들과 자주 다니다 보니 이렇게 장애인을 싫어하는지 미처 몰랐다"면서 "'장애인은 시설에나 데려다 놓으면 되지 학교가 왜 필요하냐'고 했을 때는 정말 속상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특수학교가 기피시설이나 혐오시설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내 집 앞'은 안 된다고 하더라"면서 "대체부지를 마련해 지으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회가 참 이율배반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딸이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한 터라 2019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추진되는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문제는 사실 장씨와는 큰 상관은 없다.

하지만 그가 막말과 고성이 오가는 주민토론회를 찾아가고 또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무릎 꿇고 읍소한 것은 장애학생이 교육받을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아서다.

장씨는 "특별한 능력을 갖춘 아이에 대해서는 외국어고나 과학고처럼 수월성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학교가 존재한다"면서 "대다수 국민이 교육에 관해 지대한 관심을 가졌지만, 장애학생 교육시설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적장애 학생들은 본인이 스스로 무언가를 찾아 배울 만한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더 배울 기회가 없어 이미 배운 것도 까먹는다"면서 "길어야 10여 년밖에 안 되는 정규교육과정에서 장애학생이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으려면 특수학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입시 위주로 교육이 이뤄지는 일반 학교에 장애학생이 다니면 맞춤형 교육을 받지 못해 상당 시간을 그저 넋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후배 엄마들은 (장애자녀를 일반 학교에 보내며) 후회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장씨를 비롯한 장애학생 학부모들의 노력으로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상에는 특수학교가 집 주변에 지어진다면 환영하겠다는 글도 종종 눈에 띈다.

이런 여론의 변화에도 장씨의 바람은 소박했다.

그는 "특수학교 설립을 지지해주는 분들에게 너무나 감사하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특수학교가 생길 때 지역주민분들이 '학교가 하나 생기는구나'하고 자연스럽게 수긍만 해줘도 좋겠다"고 희망했다.

'딸에게 바라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이런 대답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을 위해 여전히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장씨는 "결혼처럼 다른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일을 경험해보고 싶어 하거나 부러워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어느 정도 자기주장도 하고 욕구도 표현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장애인 티'가 안 났으면 한다고도 했다.

그는 "장애인이라는 것이 알려지고 눈에 띄면 위험에 노출된다"면서 "(딸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지 않느냐. 피해를 주면 (사회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jylee2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