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이 1년 유예로 결론 나면서 교육부 주도의 교육개혁은 앞으로도 험로의 연속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 1호인 수능 절대평가화조차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좌초됐다. 31일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소통과 대화를 중시하는 새 정부 방향과 맞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 같은 어려움을 시사했다.

김 부총리는 새 정부 교육정책의 ‘설계자’다. 정시(수능) 확대가 핵심 교육공약이던 ‘문 캠프’ 시절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선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해 일종의 자격고사화해야 한다는 쪽으로 정리한 이도 김 부총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교육부가 발표한 수능 개편 시안엔 포함되지 않았던 가장 급진적인 ‘3안’이 김 부총리의 ‘본심’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김 부총리의 ‘마이웨이’는 시작부터 암초를 만났다. 시안 발표 전인 3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속도 조절을 언급했다. 교육계에선 3안이 빠진 결정적 계기를 이 총리 발언으로 꼽는다. 양자택일 구도가 되면서 상황은 갈수록 악화됐다. 수능 존치론자들은 공정성을 강조하는 정부가 ‘계층 간 사다리’인 수능을 무력화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 과목 절대평가 및 문·이과 통합 등 ‘2015 개정교육과정’에 맞는 3안이 선택지에서 사라지자 교사들마저 ‘개악’이라며 등을 돌렸다. 이진석 대학정책실장은 “1안과 2안 모두 찬성률이 30%를 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육정책이 여론의 풍향에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는 잘못된 학습효과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것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날 발표에 대해서 교육분야 각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한국교직원단체 총연합회는 “정책의 불신을 초래하는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도 “혼란을 초래한 김 부총리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논평을 냈다. 반면 교사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은 “수능 개편 유예가 현 체제 고착이 돼선 안 된다”며 개혁의 고삐를 죌 것을 주문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