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카 솔닛 "페미니즘 확산되면 저출산 문제 해결할 수 있어"
“페미니즘은 여성만이 아니라 모두의 해방을 위한 것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겪고 있는 저출산 문제 또한 페미니즘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맨스플레인(man과 explain의 합성어)’이라는 말을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남자들은 나를 자꾸 가르치려 한다》(창비)의 작가 리베카 솔닛(사진)은 25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사옥 50주년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역시 페미니즘 얘기를 먼저 꺼냈다.

맨스플레인이란 남성이 여성에게 거들먹거리거나 잘난 체하며 무언가를 설명하는 태도를 지적한 신조어다. 그는 신간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창비)와 개정판 《걷기의 인문학》(반비), 《어둠 속의 희망》(창비) 출간을 기념해 한국을 찾았다. 신간에서는 데이트 폭력, 디지털 성범죄, 여성 혐오 살인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여성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힘’에 관해 이야기한다.

미국 작가인 솔닛은 “여성 인권 존중 수준이 높지 않다고 해서 그간 여성들이 이뤄온 변화까지 작은 성과로 치부하며 무기력함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수천 년간 계속된 여성 차별의 문제를 지난 50년 사이에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면 되지, 좌절해선 안 된다”며 “긴 역사를 봤을 때 우리는 승리하고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성희롱’ ‘데이트 강간’이라는 용어가 1970년대 처음 생긴 이후 현대에 이르러서야 상용되면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으로 규정됐다”고 덧붙였다.

솔닛은 또 “‘브레이킹 더 스토리(breaking the story)’라는 표현은 ‘속보를 전한다’는 뜻으로 많이 쓰이지만 난 ‘오래된 이야기들을 깨뜨린다’는 의미로 쓰는 걸 더 좋아한다”고 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을 정확하게 규정하고 올바른 이름을 붙여줘 ‘그런 행동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저출산·저성장 시대에 여성은 아이를 낳고 길러야 하는 책임과 산업사회에 노동력을 제공해야 하는 이중의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고 했다. 솔닛은 “보육시설이 충분히 제공되고 남편과 함께 육아를 공동으로 책임지는 문화가 확산된다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