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술지주회사 초라한 '10년 성적표'
도입 10년을 맞은 대학 기술지주회사 제도가 투자 재원과 전문인력 부족 탓에 겉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서울대에 따르면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대기술지주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60억원이었다. 중국 베이징대의 500분의 1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다. 베이징대 산하 기술지주회사인 베이다팡정은 지난해 820억위안(약 13조9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정부는 대학 내에서 잠자는 기술을 산업 발전에 활용하자는 취지로 2007년 8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 촉진법’을 개정,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독려해 왔다.

기술지주회사의 부진으로 서울대에서 한 해 등록되는 특허 1200여건 가운데 상용화되는 것은 100여 건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서울대 산학협력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르면 서울대 공대 교수들이 지난해 기술을 이전한 실적도 1인당 0.107건으로 미미했다.

대학기술지주회사는 양적으로는 48개에 달할 만큼 성장했다. 하지만 투자자본 부족이 심각하다. 열 곳 중 여덟 곳이 자본금 50억원 미만이다. 원석과 같은 특허의 가치를 알아보고 사업화할 전문인력 확보도 크게 미흡하다. 그러다 보니 교수들도 기술지주회사를 이용하기보다 개별적으로 사업화에 나서는 경우가 태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동원 서울대기술지주회사 대표는 “특허는 넘쳐나는데 사업화에 투입되는 재원은 미미하다”며 “투자 물꼬를 터주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