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기되는 계란 > 제주도 관계자들이 21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농장 창고에서 살충제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계란을 폐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 폐기되는 계란 > 제주도 관계자들이 21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농장 창고에서 살충제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계란을 폐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살충제 계란’으로 만든 빵, 훈제계란 등 가공식품뿐 아니라 산란 노계까지 도축 후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국 산란계 농장을 전수조사한 결과 시중에 유통하면 안 되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52개 농장의 계란 451만 개를 압류하고 농가로 반품된 243만 개를 폐기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이는 정부가 판매업체 1617개를 추적 조사해 압류한 것으로, 7월1일 이후 52개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의 15∼20% 정도다.

9개 제조가공업체 중 3개 업체는 부적합 계란 34만8000개를 공급받아 빵, 훈제계란 등을 제조해 주로 뷔페, 마트, 소매점 등을 통해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시 사하구의 유일식품은 계란 5400개로 모닝빵 등 32개 제품 935㎏을 제조해 이 중 731.5㎏을 부산 울산 일대 뷔페에 판매했으며 충북 옥천 행복담기주식회사는 ‘동의훈제란’ 28만8860개 중 26만7800개를, 경기 성남 아침주식회사는 ‘아침란’ 2만8030개를 판매했다. 정부는 판매되고 남은 제품을 압류해 폐기 조치했다. 부적합 계란은 학교 급식소로 납품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52개 부적합 농가 중 한 곳인 대전 길석노농장의 산란 노계도 지난달 28일 도축·유통됐다. 식약처는 판매를 중지하고 10건을 수거·검사한 결과 살충제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국내산 ‘살충제 계란’이 인체에 해를 가할 정도의 독성을 함유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최성락 식약처 차장은 “국민 중에서 계란을 가장 많이 먹는 상위 2.5%(극단섭취자)가 살충제가 최대 검출된 계란을 섭취한다는 최악의 조건을 설정해 벌인 살충제 5종의 위해 평가에서 건강에 큰 우려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전국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에서 검출된 살충제는 피프로닐, 비펜트린, 플루페녹수론, 에톡사졸, 피리다벤 등 5종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피프로닐에 최대로 오염된 계란은 하루 동안 1~2세는 24개, 3~6세는 37개, 성인은 126개까지 먹어도 위해하지 않으며 국민이 평생 동안 매일 2.6개씩 먹어도 건강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펜트린은 최대로 오염된 계란을 1~2세는 7개, 3~6세는 11개, 성인은 39개까지 먹어도 위해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식약처는 친환경 인증 농장에서 잔류 허용 기준치 이하로 검출된 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DDT), 클로르페나피르, 테트라코나졸 등 3종에 대해서는 추가로 위해 평가를 할 계획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