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9시께 부산 남구 대연동 한 아파트 안방에서 중년 남성 이모씨(45)가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은 부패가 심했다. 일부 신체는 미라처럼 말라붙은 상태였다. 시신을 발견한 건 이씨의 여동생이었다. 1년 가까이 연락이 닿지 않자 찾아간 오빠의 집에선 문 밖으로 악취가 풍겼다. 열쇠수리공을 불러 문을 따고 들어간 집엔 시신만이 있었다. 도시가스 검침은 지난해 10월이 마지막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2013년부터 아파트 관리비를 내지 않아 이미 전기와 수도는 끊긴 지 오래였다. 곳곳에서 감지된 이상징후에도 가족, 이웃, 공무원 누구도 1년 가까이 이씨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두 달 새 부산에서만 17명이 이렇게 세상을 떠났다.

◆집계도 잘 안 되는 고독사망자

급증하는 '고독사'
고독사는 홀로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죽음에 이르러 오랫동안 시신이 방치된 경우를 말한다. 노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적 원인에 의해 고독사가 증가한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고독사는 익숙한 단어지만 공식적인 법률이나 행정 용어가 아닌 사회통념상 용어다. 정부가 심장질환 등 사망 원인별로 사망자 통계를 잡지만 의료적으로 ‘고독’은 사인이 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나마 비슷한 분류는 가족, 주소, 신분, 직업을 알 수 없이 사망한 ‘무연고사망자’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작년에만 1232명이 연고 없이 세상을 떴다. 무연고사망자는 2011년 693명에서 2012년 741명, 2013년 922명, 2014년 1008명, 2015년 1245명으로 늘었다. 5년 새 77.7% 급증했다.

무연고사망자와 고독사망자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복지부가 집계하는 무연고사망자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에 따라 유가족이 없거나 유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시신을 처리해야 하는 경우만을 뜻한다. 유족이 시신을 인수하는 경우는 전체 무연고사망자의 30% 수준이다. 실제 고독사망자는 무연고사망자보다 최소한 30% 이상 많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저소득층 노인이 대부분일 것이란 고정관념과 달리 무연고사망자 상당수는 40~50대 중장년층이다.

◆“지역사회 공동체 복원 필요”

이씨가 발견되기 한 달 전인 6월19일 부산 동구 초량동의 한 빌라에서도 윤모씨(61·여)가 숨진 지 4개월 만에 발견됐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인 윤씨는 뇌종양과 우울증, 당뇨합병증까지 앓는 중증 환자였다. 구청은 그를 ‘통합사례관리 대상자’로 지정해 관리했다. 하지만 수술 후 윤씨 상태가 호전되자 2016년 10월 구청은 그를 통합사례관리 대상에서 제외했다. 자연스레 사회복지사 방문이 줄었다. 이듬해 2월 집주인은 윤씨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구청에 신고했지만 더 이상 확인하진 않았다. 4개월 후 윤씨는 미라 상태로 발견됐다.

1980년대부터 고독사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일본이 타산지석이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일본은 민관 네트워크 구축에서 해답을 찾았다. 전국 지자체에 빠짐 없이 고독사 관련 담당 부서를 설치했지만 그것만으로 고독사를 막을 순 없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우편·신문 배달원, 전기·가스 검침원이 고독사 관련 징후가 감지될 경우 곧바로 신고하도록 민관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국내에서도 최근에 일부 지자체별로 고독사 가능성이 큰 고위험군을 파악해 예방에 나서고 있다. 서울 용산구는 지난달 17일 한국 야쿠르트와 업무협약을 맺고 야쿠르트 배달원들이 주 3회씩 홀몸노인 가구를 방문해 음료를 전달하면서 안부까지 확인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적 관계망이 약화돼 지역 공동체가 붕괴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