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향군인회 신임 회장에 선출된 김진호 전 합참의장 "안보 제2의 보루 역할 다하겠다"
“솔직히 부담이 아주 큽니다. 재향군인회가 비리의 온상으로 여겨져 왔고, 전임 회장이 해임되는 사태까지 벌어졌으니까요. 중차대한 시기에 회장이 된 만큼 재향군인회가 다시 믿음직한 안보조직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내 최대 안보단체인 재향군인회(향군)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김진호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75·사진)은 지난 주말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신임 회장은 지난 11일 서울 대방동 공군회관에서 열린 제36대 향군 회장 선거에서 두 차례 투표 끝에 당선됐다. 그는 이날 취임해 임기 4년8개월 동안 향군을 이끌게 됐다. 예비역으로 구성된 향군은 회비를 내는 정회원만 약 130만 명에 달한다.

학군 2기 출신인 김 회장은 서울 배재고,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육군 제2군사령부 사령관, 합참의장, 민주당 안보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4성 장군으로 퇴역한 뒤엔 한국토지공사 사장을 지냈다.

김 회장은 “군인으로서의 리더십과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을 고루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향군을 이끌고자 한다”며 “군인 리더십으로 향군의 명예와 신뢰를 회복하고, CEO 리더십으로 55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청산하는 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또 “자랑하는 것 같아 쑥스럽지만 합참의장 시절 제1연평해전 승전을 봤고, 한국토지공사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3년 연속 최상급 경영평가 점수를 받았다”며 “향군 조직 운영 시 이런 경험이 큰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가장 크게 우려한 것은 추락한 향군 위상이다. 그는 “그동안 향군이 ‘안보 분야의 제2보루’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내분을 수습하고 시·군·구 단위 조직을 강화해 기초를 튼튼히 다지겠다”고 공언했다.

향군은 2015년 4월 제35대 회장에 당선된 조남풍 전 회장이 비리 의혹으로 구속, 해임되면서 내분이 격화됐다. 지난해 4월 예정됐던 회장 선거가 후보들의 자격 논란으로 무산되는 등 1년여 동안 내홍이 계속됐다.

김 회장은 “조직 혁신과 부채 감축을 위해 1차적으로는 자체 경영 구조조정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2차적으로는 보훈처와 협의해 외부 자금 수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향군이 스스로 고강도 개혁에 나서는 게 그동안 쌓인 불신을 없애는 길”이라며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꼭 해낼 것이란 각오로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