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맨' 심금 울린 최지성의 진술
삼성그룹 컨트롤타워를 이끌었던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사진)의 피고인 최후 진술이 ‘삼성맨’에게 잔잔한 여운을 주고 있다. 법정에서 본인 의견을 진솔하게 밝히면서도 잘못된 결과에 대해서는 최종 책임을 지려 한 태도가 돋보였다는 평가다.

최 전 부회장은 지난 7일 삼성그룹 경영진의 뇌물죄 혐의 관련 결심 공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피고인 최후 진술에 나섰다. 그는 “지난 7월7일은 삼성에 입사한 지 40주년이 된 날이었다. 그날 (삼성이) 인텔을 꺾고 세계 최대 제조업체가 됐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새벽 2시 반까지 재판이 이어진 그날은 내내 후회와 반성, 뭔지 모를 서글픔으로 가슴이 먹먹했다”고 돌아봤다. 삼성전자에 대한 자부심과 지금의 처지에 대한 회한이 교차한다는 의미였다. 최 전 부회장은 반도체·TV·휴대폰 사업부서를 섭렵하며 해당 사업부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전 부회장은 구형을 앞둔 상황에서도 당당했다. 그는 “특검에서 조사받는 과정에서 우리가 원하는 건 이재용이다. 쓸데없이 총대 메지 말고 진술을 바꾸라는 요구를 (특검으로부터) 받았지만 저는 진술을 바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처벌받지 않겠다고 40년간 삼성그룹을 이끈 조직의 장으로서 거짓말하며 책임을 피하겠느냐. 저는 평생 그리 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최순실 일가의 승마훈련 지원 등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지시 또는 공모가 있었다는 사실을 허위 자백하라는 특검 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는 “이번 일은 제 짧은 생각과 ‘내가 알아서 하면 된다’는 독선, 법에 대한 무지에 의한 것”이라며 “만약 삼성에 책임을 묻는다면 늙어 판단력이 흐려진 저에게 책임을 물어달라”며 진술을 마무리했다. 삼성전자의 한 차장급 직원은 “일각의 지적대로 최 전 부회장이 이 부회장의 책임을 대신 뒤집어쓸 생각이었다면 특검에 저렇게 강하게 얘기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며 “세계 1위 기업을 이끌었던 당당함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