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끝없는 '서울시립대 선심행정' 논란
서울시립대가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입학 전형료와 입학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연 12억원 규모의 수입 감소분을 서울시가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입학생과 학부모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이지만 세금으로 과도한 ‘선심 행정’을 펼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금 지원이 없는 사립대학들을 궁지로 몰아 교육시장을 왜곡시킬 것이란 우려도 크다.

◆입학금·전형료 12억원 세금으로 보전

서울시는 2018학년도부터 서울시립대의 입학전형료와 입학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9일 발표했다. 시 관계자는 “입시 관련 비용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누구나 대학에 지원하고 대학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시립대의 입학전형료 수입은 연 10억원, 입학금은 2억원 수준이다.

박원순의 끝없는 '서울시립대 선심행정' 논란
줄어드는 수입은 전액 세금으로 보전된다. 서울시 결정은 ‘대학 등록금 경감과 입학금 폐지’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공약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교육부는 각 대학이 입학전형료를 인하할 것을 거세게 압박 중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이 정부에 보조를 맞춰 ‘총대’를 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 기회 확대를 위한 서울시 취지를 이해하지만 ‘과도한 선심성 행정’이라는 지적이 만만찮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서울시립대에 ‘반값 등록금’ 정책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립대 지원금은 2011년 304억원에서 올해는 735억원으로 급증했다. 6년 만에 지원금이 2.5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세금을 많이 썼지만 교육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반값 등록금’ 이후 최소한으로 대학을 운영하다 보니 강의 질이나 시설 면에서 정체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런 시각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광범위하다. 박 시장이 지난해 아예 ‘공짜 등록금’을 시행하겠다고 하자 총학생회가 나서서 반대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학생들은 “등록금을 내더라도 우수한 교수와 좋은 시설에서 공부하고 싶다”며 ‘공짜 등록금’ 정책에 반대해 막판에 시행이 무산됐다.

◆“시가 교육시장 왜곡”…사립대학들 냉소

서울시의 시립대 무료 입학전형료와 입학금 정책에 대해 다른 대학들의 시선이 특히 곱지 않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시의 든든한 ‘보전’을 받는 시립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정부가 등록금도 올리지 못하게 하는데 시립대가 치고 나가면 다른 대학들은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다른 사립대 입학처장도 “입학금 수입이 60억~70억원에 달하는 대학도 많다”며 “세금을 쓰고도 대학 교육의 질을 전반적으로 하향 평준화시키는 나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시립대 학생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김민성 총학생회장(26)은 “학교가 ‘반값 등록금 때문에 예산이 충분치 않다’며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 요구에 응하지 않았던 것처럼 입학금과 전형료 면제가 핑곗거리로 쓰일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에게 세금이 과도하게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있다. 2012년 반값 등록금을 도입할 때도 “서울 시민 세금으로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까지 보전해 주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박상용/구은서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