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철, 경기도 들어서자 '5분마다 잡상인'
지난 27일 서울 성수동에서 경기 성남시 정자동에 있는 거래처로 가기 위해 분당선에 오른 직장인 안준선 씨(30). 서류를 들여다보던 그는 지하철이 복정역을 지나면서부터 잡상인들 소음이 커지자 읽기를 포기했다. 양말, 우산, 헤어드라이어 등 다양한 종류의 잡화를 파는 상인들 목소리는 그가 정자역에서 내릴 때까지 되풀이됐다. 안씨는 “5분마다 잡상인이 지나가는데도 차량 내부를 순찰하는 단속 직원은 눈에 띄지 않았다”고 말했다.

30일 경기 남·북부경찰청과 철도특별사법경찰대(철도특사경)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 권역의 지하철 민원·범죄 발생 건수는 4240건으로, 검거 건수인 1487건을 크게 웃돌았다. 전체 발생 건수의 약 3분의 1(35%)밖에 처리하지 못한 것이다. 반면 서울권 지하철의 경우 발생 건수는 13만8268건, 검거 건수는 12만3822건으로, 실적 자체도 많고 검거율도 90%에 육박한다.

◆216개 역에 순찰 인력은 39명

분당선의 한 역에서 잡상인이 좌판을 펼치고 가방을 팔고 있다.
분당선의 한 역에서 잡상인이 좌판을 펼치고 가방을 팔고 있다.
검거율이 서울권의 40%에 불과한 것은 경기권 지하철 순찰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다. 현재 철도특사경 21명, 경기 남·북부청 지하철경찰대 18명 등 총 39명이 하루 유동인구가 60만 명에 달하는 경기권 지하철 216개 역을 맡고 있다. 서울권이 서울교통공사에서 고용한 지하철보안관 300여 명과 서울지방경찰청 산하 지하철경찰대 150~200여 명으로 관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의 약 12%에 그치는 인력이다.

철도특사경은 부평·의정부·남춘천·안양역에 상주한다. 담당 구간은 구로~인천(1호선 21개 역), 인천~오이도(수인선 13개 역), 망우~춘천(경춘선 19개 역), 청량리~매곡(중앙선 20개 역), 청량리~백마고지(경원선 34개 역), 왕십리~수원(분당선 36개 역) 등이다. 경기북부경찰청이 담당하는 역사도 72개에 달한다. 특사경 관계자는 “혼자서 4~5개 역사를 관리해야 해 전동열차 내 순찰은 거의 못한다”고 토로했다. 단속반이 상주하지 않는 역이 대부분이라 잡상인 민원이나 성추행 등 범죄 신고가 들어와도 출동하면 이미 사라진 경우가 많다. 이희덕 경기북부경찰청 지하철경찰대 대장은 “경기 지하철은 서울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펼쳐져 있어 전체를 소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일부 역은 잡상인들이 아예 좌판을 벌일 정도로 사실상 단속 공백지대였다.

◆노선 확충 속도 못 따라가는 인력

2012년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정부갑)은 경기 지하철 경찰인력의 확충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경기남부청 지하철경찰대 인원 17명 가운데 6명을 당시 신설된 경기북부청 지하철경찰대에 재배치하는 선에서 끝났다. 이후 5년 새 인력이 1명 늘어나는 동안 수인선, 분당선(15개 역), 경강선(11개 역), 경춘선(4개 역) 등이 새로 생겼다.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지하철 치안 수요가 많아 인력 증원 필요성을 느끼지만 예산과 인력 배치 우선순위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조직 규모가 한 번에 큰 폭으로 늘어나지는 않는다”며 “1987년 신설된 서울 지하철경찰대 인력이 많은 것은 그만큼 역사가 오래됐고 신설될 당시 지하철 치안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남·북부청 지하철경찰대는 각각 2005년과 2013년 설립됐다. 2011년 90명으로 출범한 서울교통공사 지하철보안관이 300명까지 빠르게 충원된 것도 서울과 경기의 격차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경찰 관계자는 “순경을 추가 채용해도 일선 지구대 위주로 배치하기 때문에 지하철경찰대에 바로 투입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