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맡아드립니다"…짐 보관산업 '쑥쑥'
월 1만원에 방이 넓어졌어요
원룸·오피스텔 등 1인가구 주고객…업계, 3개월새 매출 3배 급성장
5년 후 1800억 규모 시장 예상
전셋값 급등에 집크기 줄이면서 창고 공간 임대서비스도 등장
개인정보 노출·도난 부작용도
김씨는 “이사한 집이 비좁아 짐을 어떻게 처분할지 고민했는데 직장 동료들의 추천을 받아 서비스를 이용해 봤다”며 “월 1만원 정도만 내면 좁은 방을 넓게 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월 1만원에 포장·배송·보관까지 ’끝’
개인용 짐 보관 서비스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주요 서비스 업체 중 하나인 마타주 관계자는 “최근 3개월간 매출이 세 배 넘게 늘었다”며 “젊은 층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시장 전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주 고객은 비좁은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사는 1인 가구다. 서울 마포구 원룸에 사는 직장인 이지원 씨(35)는 “대학 시절부터 10년 넘게 자취하면서 세간살이가 많아졌는데 짐 보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집이 깔끔해졌다”며 “평소 관심 있던 ‘미니멀리즘’ 인테리어를 해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 타깃은 20~30대 1인 가구 여성”이라며 “고객이 사는 지역도 1인 가구가 많은 강남구, 관악구, 마포구가 많다”고 설명했다.
고령화와 이혼 증가 등 변화하는 사회상을 보여주는 짐들도 적지 않다. 김모씨(72) 부부는 올초 실버타운으로 입주하면서 아끼던 가재도구 몇 점을 짐 보관 서비스 업체에 맡겼다. 김씨는 “자식들에게 짐을 떠맡기기도, 오랫동안 써오던 물건을 버리기도 싫었다”고 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이혼하면서 값나가는 살림살이를 누가 가질지 정하지 못한 경우 ‘배우자 혼자 오면 절대 짐을 빼주지 말라’고 당부하는 부부도 있다”고 전했다.
짐의 부피나 수량이 많으면 창고 임대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비용은 창고 크기에 따라 월 6만~10만원 선이다. 서비스를 신청하면 업체가 이삿짐 차를 끌고 와 물건을 창고로 옮겨 준다. 24시간, 365일 업체에 연락하거나 직접 방문해 짐을 찾아갈 수 있다. 한 창고 임대업체 관계자는 “천정부지로 오른 전세 가격 때문에 집 크기를 줄이면서 가구 등을 창고 업체에 맡기는 가정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유출, 도난 등 우려도 나와
짐 보관 서비스는 40여 년 전 미국에서 본격 시작됐다. 기업의 제품을 보관하는 창고 서비스를 제공하던 보관 업체들이 개인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뉴욕, 워싱턴DC 등 주요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올해 시장 규모는 2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짐 보관 트렌드는 이후 대도시 내 좁은 집에서 생활하는 거주민이 많은 일본, 홍콩 등으로 확산됐다.
일본의 관련 시장 규모는 현재 6000억원대다. 국내 시장은 이제 태동 단계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짐 보관 서비스 시장이 2022년까지 18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초기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규모 업체가 난립하면 짐 분실이나 개인정보 노출 등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소규모 짐 보관 업체가 맡은 짐에서 귀중품을 골라내 훔쳐가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며 “믿을 수 있는 업체를 잘 선택해 계약서를 꼼꼼히 확인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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