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임채원 연구원, 참여연대 연구소 논문서 촛불 의미 분석
"'시민' 자각 계기…밀레니얼 세대 공화주의 계승 기대"

'최순실 게이트' 촛불집회가 우리나라를 진정한 민주공화국으로 거듭나게 한 전환점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23일 참여연대에 따르면 서울대 국가리더십연구센터 임채원 선임연구원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의 반년간지 '시민과 세계' 30호에 기고한 논문 '마키아벨리적 모멘트로서의 시민적 공화주의'에서 촛불집회를 통해 국민이 '시민'임을 자각할 수 있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행정학 박사인 임 연구원은 논문에서 "한 공동체의 구성원이 하나의 공동체임을 깨닫지 못하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자각하는 시점이 있다"며 "우리나라 역사에서 지난 촛불집회가 이 사건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은 그간 의례적 국호이자 하나의 구호에 그쳤으나 촛불집회라는 시민적 자각을 통해 민주공화국이라는 진정한 의미를 찾았다"고 짚었다.

임 연구원은 많은 시민이 촛불집회에 모인 배경의 하나로 '시민적 덕성'을 꼽았다.

'시민적 덕성'은 시민적 공화주의 이론에서 인간은 사적 이해를 떠나 공동체 일에 헌신함으로써 자아를 실현한다는 개념이다.

권력자의 사익 추구와 부패를 목격한 시민들이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을 느끼면서 광장에 모였다는 것이다.

그는 또 다른 배경으로 "지난 30년간 우리 사회를 지배한 신자유주의적 흐름에 대해 시민들이 근본적 반성을 요구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1987년 9차 개헌이 존 로크의 자유주의 사상에 기반을 둔 탓에 공적 영역이 무시되고 인간이 피폐해지면서 자유주의에서 공화주의로의 전환을 시민 스스로 꾀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임 연구원은 개헌 논의와 관련해 "촛불집회는 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국정운영 방식을 요구했다"면서 "개헌을 통해 시민적 공화주의로의 진화를 이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임 연구원은 촛불집회에 참가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후반 출생)에 주목,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15∼16세기 시민대집회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르네상스 문화를 주도했다"며 "자유로운 개인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공화주의를 어떻게 계승하고 진화시키는지 관찰해야 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h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