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 70%가 여성
유아교육학·청소년교육학 등 자격증 딸 수 있는 학과 인기
[한경BIZ School] 경단녀 탈출 위한 취업·창업의 사다리…방송통신대학은 지금 '여성시대'

생업 전선에 다시 뛰어든 ‘싱글맘’에게 현실은 냉혹했다. 방을 얻고 남은 돈은 단돈 6만원. 12년 전 직장 경력은 취업에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다. 초등학생 딸을 먹여살리기 위해 보험 영업부터 우유 배달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집에 돌아와 아이에게 밥을 차려주면 바로 곯아떨어졌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이 싫어 방송통신대에 등록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충혈된 눈을 비비며 수업을 들었다.

방송대가 주최하는 사업 아이디어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경력단절 여성과 방송대 동문 2명이 설립한 작은 사업은 5년 만에 중소기업청 지원을 받는 40명 규모의 회사가 됐다. 방송대 졸업생 김애랑 살림 대표(49)의 얘기다.

울산 소재 정리수납 컨설팅 전문 사회적 기업인 살림의 직원 대부분은 김 대표와 같은 처지였던 경력단절 여성이다. 김 대표는 직원들에게 방송대 등록을 적극 권하고 있다. “배우면 목표가 생기고, 목표를 이루고 나면 다음 단계가 보인다”는 게 김 대표의 경험에서 우러난 철학이다. 살림의 연매출은 6억원이 넘는다.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아 컬러테라피 분야를 개척하는 등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한경BIZ School] 경단녀 탈출 위한 취업·창업의 사다리…방송통신대학은 지금 '여성시대'

○여성 경력단절 뛰어넘는 사다리

방송대는 지금 ‘여성 시대’다. 방송대에 따르면 7월 기준 방송대 재학생 중 여성 비율은 70%에 달한다. 방송대 관계자는 “경력단절에서 벗어나 취업이나 창업전선에 다시 뛰어들기 위해 방송대에 입학하는 여성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송대 문을 두드리는 여성의 대부분은 경력단절자다. ‘경단녀 현상’은 여전히 심각하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7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고용률은 50.2%에 그쳤다. 연령대별로는 20대 후반이 69.5%로 가장 높고 이어서 40대 후반 68.6%, 50대 전반 65.9% 순으로 높았다.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단절이 일어나는 30대 후반 고용률은 50%대로 떨어졌다. 남녀 고용률 차이는 20.9%포인트에 달했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신입 여학생 평균 연령대는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2010년 38.2세에서 2016년에는 43.3세로 5세 가까이 늘었다. 방송대 관계자는 “40대 초반은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해 자녀 양육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지는 시기”라며 “재취업, 창업 등을 통해 경력단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여성들이 살림이나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방송대를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아·청소년교육 전문성 돋보여 ‘인기’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가장 인기를 끄는 학과는 유아교육학과와 청소년교육학과다. 경력단절 기간이 오래되면 동일 직종보다 새로운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청소년 상담사 등의 자격증을 따면 취업이 훨씬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여성학 전문가들은 경력단절 여성들이 새로운 기술과 전문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방송대와 같은 평생교육서비스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010년 여성부가 방송대와 자매결연을 맺은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관심있는 분야의 경력을 쌓으면서 동시에 전문 지식을 배울 수 있다는 점도 방송대만의 특장점이다. 조용민 도봉사회적경제활성화협력단 사무국장(50)이 대표적 사례다. 조 국장은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다시 일자리를 찾으려 했지만 지난 9년 동안 경력이 단절된 조 국장을 받아주는 회사는 없었다. 교육 분야에 진출하고 싶었던 조 국장은 지역사회에서 시민단체 활동 경력 등을 쌓으면서 방송대 교육학과에서 전문성을 키웠다. 도봉사회적경제활성화협력단은 2012년 전문성과 경력을 겸비한 조 국장을 영입했다. 조 국장은 2014년 방송대 경영학과에 3학년으로 다시 편입해 지금도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1972년 서울대 부설로 문을 연 방송대는 올해로 45주년을 맞았다. 방송대는 오는 25일까지 인문, 사회, 자연, 교육과학 4개 단과대학별로 2017학년도 2학기 신·편입생을 모집한다. 총 21개 학과에서 신입생 4만2096명을, 편입생(2·3학년)은 22개 학과에서 7만457명을 모집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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