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햄버거병' '버스 졸음 사고' 서로 수사하겠다고 나선 까닭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둔 검찰과 경찰이 최근 굵직한 사건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은근한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경찰보다 수사능력이 우수하다는 점을, 경찰은 검찰보다 못할 게 없다는 점을 내세우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에서 일어난 버스 ‘졸음 운전’ 사고와 관련해 관할 경찰서인 서초서와 별도로 버스회사를 직접 수사 중이다. 서울청이 이례적인 별도 수사에 나서고, 그 사실을 공개 발표한 것은 대형 사건의 해결 능력을 과시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의 지휘를 받는 경찰이 수사로 맞불을 놓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점차 목소리를 내는 추세다. 검찰이 이번주 초 경찰에 ‘서울시 버스비리’ 재수사를 지시하자 김정훈 서울경찰청장이 나서 “사건 수사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혐의를 구체화하는 보강수사”라고 강조한 것이 대표적이다.

경찰과 마찬가지로 검찰도 수사 욕심을 내는 모습이다. 서울중앙지검은 논란이 큰 ‘햄버거병’과 관련해 “경찰에 보내지 않고 검찰이 직접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당시 경찰에 사건을 내려보내 수사지휘만 한 것과 대조적 행보다.

두 수사기관이 최근 ‘지존파 사건’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 후 대검찰청이 ‘지존파 사건을 파헤친 검사’라고 소개하자 경찰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당시 서초서에서 사건을 수사한 전·현직 경찰관들이 나서 “사고를 제보받고 수사팀을 꾸려 아지트로 검거하러 간 것은 경찰”이라고 반발한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검찰 일에 침묵하던 예전과는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앞다퉈 ‘인권기관으로 탈바꿈할 것’을 자임하는 것도 달라진 풍경이다. 경찰은 집회·시위 관련 각종 인권보호책을 내놓았다. 검찰도 이에 질세라 밤샘조사 폐지 등 ‘인권 수사’를 강조하고 있다.

이현진/김주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