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광장에서 30일 열린 ‘6·30 사회적 총파업 대회’에 2만여 명(경찰 추산, 주최 측 추산 5만여 명)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모였다. 학교 병원 등 대부분의 파업 사업장은 우려에 비해 혼란은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1일에는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들이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다.

이날 광화문 집회는 급식·조리사, 방과후 교사, 행정직원 등 초·중·고교 비정규직 직원들이 주도했다. 타워크레인 기사, 대학 청소·경비 근로자, 공공기관 환경미화원 등이 힘을 보탰다. 청년유니온, 알바노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의 단체도 적극 참가했다.

집회는 활동가들의 연설, 영상 관람, 문화제 등으로 진행됐다. 최종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번 총파업은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총파업”이라며 “지금이 적폐 청산과 사회개혁의 골든타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3시에 시작된 집회는 청계3가 등의 도심 행진을 거쳐 6시 무렵에 마무리됐다. 경찰은 이날 75개 중대, 6000여 명을 집회현장에 배치했다. 차벽은 설치하지 않았다.

집회에는 2만여 명이 모였지만 파업에 참가한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는 6만 명 선이라는 게 파업을 주도한 민주노총의 설명이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에서 2만8100명,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에서 1만5000명이 대거 참여했다.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와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에서 각각 2700명, 1400명이 파업에 동참했다.

지방에서 노조가 대절해 올라온 버스도 끊이지 않았다. 집회 참가자들이 외치는 ‘비정규직 철폐’ 등의 구호가 광장을 가득 메웠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양심수 석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광화문에 있는 KT본사 빌딩 앞에도 ‘당장 최저임금 1만원’ ‘투쟁사업장 현안 우선 해결’ 등의 문구를 적은 현수막이 걸렸다.

열기가 뜨거웠던 광화문과 달리 파업 현장은 의외로 차분했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에 속한 서울 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숙명여대 청소노동자들이 30일 파업했지만 첫날이라 큰 혼란은 없었다. 방학이라 캠퍼스가 한산한 영향도 컸다.

파업이 시작됐지만 자리를 지킨 조합원이 적지 않았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빨간 조끼를 입고 정문에서 교통지도를 한 대학 경비원은 “학교 앞 정문은 늘 혼잡한데 자리를 비운 사이에 학생들이 사고나거나, 파업 뒤 돌아올 곳이 없을까봐 걱정돼 나왔다”고 했다. 그는 “사실 나오면 안 되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의료연대본부에 속한 비정규직 190여명이 파업한 서울대병원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용역회사에서 대체인력을 파견해 본관 등을 청소했다.

파업 이틀째를 맞은 초·중·고등학교는 전날과 같은 상황이 이어졌다. 급식을 중단한 학교는 2186개교로 전날(2005개교)보다 다소 늘었다는 게 교육부 집계다. 전체 국공립 학교 1만1304개교의 19.3% 수준이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1만5000명이 이날 상경해 집회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500명이 교사결의대회에 참여하긴 했지만 전임자 위주라 수업 파행은 일어나지 않았다.

명백한 정치파업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사회적 총파업, 무엇을 위한 파업인가’ 토론회에서 조동근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임금은 정부가 아니라 시장이 정하는 것”이라며 노조의 과잉행동을 지적했다. 그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용 부담은 정규직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8일까지 충돌 없는 평화로운 집회를 유지하는데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진/박진우/구은서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