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며 스트레스 푸는 직장인들
3040세대 컬러링북 구매 증가…미술학원 성인 수강생도 늘어

취미미술 수업 '마이팔레트' 체험해보니
도구 준비돼 있고 전문가들 '꼼꼼' 코치…2시간 만에 '나만의 그림' 완성
서울 청담동 마누테라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직장인들.

서울 청담동 마누테라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직장인들.

30대 직장인 김소연 씨는 퇴근 후 매일 집에서 컬러링북을 색칠한다. 색칠하고 있으면 다른 생각이 나지 않고 마음이 편해진다.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도 느낀다. 처음엔 24가지 색연필을 구입해 칠하다가 욕심이 생겨 60색 마커까지 구입했다. 서점에 갈 때면 컬러링북을 두어 권씩 사곤 한다. 얼마 전부터는 도심 속 풍경을 볼펜으로 빠르게 스케치하는 어반스케치에도 관심이 생겼다. 관련 서적을 구입해 드로잉 연습을 하고 있다. 미술을 공부한 적은 없지만 컬러링 자체가 주는 안정감에 매료됐다고 김씨는 설명한다.

◆2시간이면 나만의 그림 완성

그림을 그리다, 위안을 얻다

미술을 통해 힐링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특히 컬러링북은 직장인도 쉽게 접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컬러링북 등 색칠하는 책을 산 소비자의 34.7%가 40대였다. 30대도 30.8%에 달했고 20대는 21.1%였다.

한발 더 나아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많아졌다. 서울 홍대, 효자동 등 미술학원들도 직장인 취미 미술반을 개설하고 있다. 직원들을 위한 자기계발 프로그램으로 미술을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기업도 생겨났다.

서울 청담동 레스토랑 마누테라스에서 열리는 취미미술 클래스 ‘마이팔레트’에도 직장인이 많다. 모든 재료를 다 준비해주는 데다 2시간 만에 작품 하나를 완성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바쁜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평소 그림 그릴 기회가 많지 않은 가정주부,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가족, 단체로 예약하는 기업 등 다양한 사람이 이 프로그램을 찾고 있다.

그림을 그리다, 위안을 얻다

마이팔레트는 정주희 작가 등 전문가들이 상주하면서 도와준다. 주로 추상화를 그렸지만 최근에는 자화상, 풍경화 등 다양한 주제로 그리고 있다. 캔버스와 아크릴 물감, 붓, 나이프, 물통, 팔레트, 커피와 간식 등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해준다. 수업을 시작하면 정 작가가 기본적인 방법을 설명한다. 12가지 원색을 섞어 원하는 색깔을 만든 뒤 바탕을 칠하고 그 위에 덧칠하는 방법, 붓으로 덮거나 나이프로 질감을 표현하는 방법, 입체적인 부분을 모델링 페이스트(입체감을 주는 흰색 보조제)로 튀어나오게 덧칠하는 법, 붓으로 흩뿌리거나 긁어내는 나이프를 사용하는 법 등을 알려준다.

기자가 참관한 수업은 자화상이 주제였다. 실제 얼굴을 그려도 되고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 좋아하는 것 등을 자유롭게 그리라고 했다. 직접 그려봤다. 바다와 노을, 별똥별, 돛단배 등을 그리기 위해 짙은 파랑과 흰색, 페이스트를 섞어 나이프로 거칠게 바탕을 깔았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표현하기 위해 작은 나이프로 레드, 오렌지, 옐로 등을 섞어 노을을 표현했다. 별은 작은 붓으로 콕콕 찍어 그렸다. 밋밋한 느낌이 들어 붓으로 검정, 흰색 물감을 잔뜩 묻혀 입체적인 섬을 추가했다. 정 작가와 보조 작가들이 돌아가면서 팁을 알려줘 어렵지 않게 완성할 수 있었다.

◆경험을 소비하는 트렌드

마이팔레트를 운영하고 있는 박건 스타트오십이 대표는 “평소 그림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쉽게 미술을 접하고 이를 통해 도심 속에서도 쉽게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며 “빠르게 변하는 젊은 층의 패스트힐링 트렌드에 맞춰 프로그램을 6개월가량 준비해 개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팔레트는 금·토·일 오후 3시30분 수업으로 주 3회 운영하고 있다. 15명 안팎의 정원이 매번 꽉 차기 시작해 수·목요일에도 수업을 열었고 최근엔 수·목요일 오전 11시 수업도 추가했다. 수요일에는 주로 기업 한 곳이 단체로 빌려 수업을 한다.

이 밖에 서울 효자동 미술학원 ‘도모도솔라’는 드로잉부터 유화, 아크릴화, 풍경화, 인물화 등 세분화된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도 있지만 주로 직장인이 주 1~2회씩 수업을 듣는다. 미술학원이 몰려 있는 홍대에서도 입시미술 외에 취미미술반이 늘어나고 있다. 한 미술학원 관계자는 “한 달에 30만~40만원 정도 투자해 자신만을 위한 힐링 취미를 가질 수 있는 셈”이라며 “경험을 소비하려는 트렌드와 맞물려 있고 컬러테라피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직장인도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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