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육감(가운데)이 22일 전병식 서울교총 회장(왼쪽), 김해경 전교조 서울지부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했다.
조희연 교육감(가운데)이 22일 전병식 서울교총 회장(왼쪽), 김해경 전교조 서울지부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사진)이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의 일괄 폐지에는 사실상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조 교육감이 새 정부 들어 논란을 빚는 외고·자사고 폐지 문제에 대해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27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조 교육감은 취임 3주년 인터뷰에서 “(외고·자사고) 폐지 자체가 궁극적 목적이 아니라 일반고를 공교육의 중심에 확고히 세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외고·자사고 폐지는 중장기적으로 악순환 구조를 바꿔가야 한다”고 말했다.

외고·자사고 문제에 대한 기존 방향성은 유지하되 급격하고 일괄적인 폐지는 곤란하다는 것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을 계기로 서울시교육청이 외고·자사고 폐지에 적극 나설 것이란 예상을 뒤집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서울교육청은 28일 자사고인 장훈고·경문고·세화여고와 서울외고, 영훈국제중 등 5곳의 운영성과 재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이들 학교는 2015년 평가에서 기준 점수 미달로 ‘2년 후 재평가’ 결정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서도 조 교육감은 “이전 정부 평가 규칙을 토대로 행정적 합리성에 기초해 평가할 것”이라고 언급해 인위적 폐지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오세목 서울자사고연합회 회장은 “재평가 받는 3개 자사고는 충분히 기준을 통과할 수준으로 지표를 개선했다. 무난하게 재지정될 것”이라며 반겼다.

조 교육감은 또 교육청이 앞장서기보다는 새 교육부 장관이 임명되고 중앙정부가 외고·자사고 정책 방향을 내놓으면 보조를 맞추겠다고 했다.

이러한 조 교육감의 ‘미묘한 변화’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이달 13일 운영성과 평가를 통해 외고·자사고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하면서 감지됐다. 경기교육청이 교육감 권한인 재지정 심사를 통한 외고·자사고 폐지로 가닥을 잡은 반면 서울교육청은 중앙정부 역할론을 주문했다.

자사고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만 전체 자사고의 절반인 23개교가 몰려 있다. 교육계 일각에선 내년 6월 교육감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려면 ‘뜨거운 감자’인 외고·자사고 폐지를 중앙정부에 넘기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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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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