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인권 의지 의심부른 정유라 영장 재청구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인권옹호기관이다.”

검찰에 18년 동안 몸담았던 임수빈 변호사는 지난달 내놓은 저서 《검사는 문관이다》에서 검찰의 기본 업무는 “칼잡이가 아니라 공익의 대표자로서 인권 보장”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도 출범 직후 국가인권위원회 위상을 높이며 인권을 강조하고 있다. 새 정부의 검찰개혁도 결국 인권 향상이 목표다.

최근 검찰의 행태는 이런 방향과 엇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유라 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건이 대표적이다. 지난 20일 정씨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법원에서 또다시 기각됐다. 법원은 “추가된 혐의를 포함한 범죄 사실의 내용, 피의자의 구체적 행위나 가담 정도 및 그에 대한 소명의 정도, 현재 피의자의 주거 상황 등을 종합하면 현 시점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달 3일 첫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을 때와 비슷한 이유다. 정씨에게 죄가 있는지는 추후에 판결로 밝혀지겠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구속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이번에도 검찰이 ‘수사=구속’이라는 ‘안 좋은 구시대적 관행’의 답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신 구속은 수사 과정에서 불가피할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다.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수사 수단이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에서 구속 사유를 ‘증거 인멸 또는 도망’ 등으로 제한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법원은 정씨가 도주하거나 증거를 없앨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정말 구속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면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정씨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과 ‘국민 법감정’ 때문에 검찰이 기각을 예상하면서도 영장을 청구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렇다면 비판의 화살을 법원에 돌리겠다는 얄팍한 계산이다. 이래저래 검찰의 이번 영장 청구가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씨 수사를 총괄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도 과거 검찰의 행태와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윤 지검장은 문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의 직급까지 낮춰 가며 발탁한 인물이다. 그만큼 새 정부의 정책 목표를 실현할 주역으로 엄선했다는 뜻이다. 정씨에 대한 두 번의 구속영장 청구와 기각 과정은 새 정부가 앞세운 인권이 구두선임에 불과하다는 의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