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녀 세대주로 등록 소년소녀가장도 등장…"막을 방법이 없다"
통계청 2015년 인구 총조사 결과, 광주 상주·주민등록인구 3만명 차이


장관 청문회 정국에서 위장전입 문제가 '단골메뉴'로 등장한 가운데 농어촌 지역 지자체 공무원 상당수가 위장전입을 '강요받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당 공무원들은 인근 도시에 실제 거주하면서 지자체 '인구 늘리기'와 지자체장 '선거' 등을 의식해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위장전입이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어린 자녀가 세대주로 등록돼 주민등록상 소년소녀가장 역할을 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21일 전남지역 지자체 공무원들에 따르면 광주지역 인근 담양, 함평, 영광, 장성, 곡성, 화순 등 지자체 공무원 상당수는 실제 광주에 거주하면서 주소는 해당 근무지에 두고 있다.

공무원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 부모, 자녀까지 주소를 옮겨 놓는 경우도 있다.

A 공무원은 "농어촌 지자체들은 인구가 줄면 세입도 감소하기 때문에 인구 늘리기를 강조할 수밖에 없고 지자체 공무원들은 주소를 해당 지자체에 둘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자녀 교육 문제 등 생활 여건상 광주에 거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 공무원은 "인구 늘리기에도 동참해야 하지만 지자체장 선거가 있는데 공무원이 다른 지자체에 주소를 둔다는 발상은 조직 특성상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초·중·고에 다니는 자녀를 제외한 가족이 주소를 옮기다 보니 어린 자녀가 주민등록상 소년소녀가장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광주 인근 모 자치단체는 공무원의 40%가량이, 또 다른 자치단체는 공무원의 절반가량이 이처럼 위장전입하고 있다고 해당 지자체 공무원들이 전했다.

지자체 공무원뿐 아니라 인구 늘리기 권유를 받는 교육청, 농협 등 유관기관 공무원 등 직원들도 실제 거주지와 다르게 주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현실을 반영한 듯, 호남지방통계청이 2015년 인구 총조사를 한 결과, 광역시 상주인구는 150만2천881명이었고, 주민등록상 인구는 147만2천199명이었다.

3만명 가량이 위장전입 의혹이 있는 셈이다.

모 지자체 관계자는 "전국적인 문제인 지자체 공무원들의 위장전입은 불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부동산 투기 등 사회 통념상 비난받을 행위만 아니라면 위장전입 문제는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전승현 기자 shch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