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전산망에 소회 글…"특수본 수사는 칼날 위를 걷는 사투"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면직이 확정된 이영렬(59·사법연수원 18기)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19일 검찰 내부전산망 '이프로스'에 '마지막 인사 글'을 올려 "소중한 수사성과는 훗날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지검장은 먼저 "최근 사태로 30년의 공직을 접게 됐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검찰 가족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본인이 지휘한 사건에 대해선 "특수본 수사의 시작은 살아 있는 권력이 대상이어서 칼날 위를 걷는 사투와 다름없었다"며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이 오로지 주어진 직분에 최선을 다한다는 사명감으로 하루하루를 임했다"고 밝혔다.

또 "특수본 수사뿐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 사건, 승용차 배출가스 조작사건 등 중요 현안이 닥칠 때마다 수사의 모범을 세우겠다는 각오로 쏟은 노력과 헌신, 소중한 수사성과는 훗날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바깥에서나마 변함없는 충심으로 제 평생 자랑이자 영광이었던 검찰의 당당한 미래를 기원하겠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 전 지검장은 2015년 12월 전국 최대 검찰청을 이끄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수사를 위해 작년 10월 출범한 특별수사본부의 본부장을 맡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기소를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4월 21일 이 전 지검장 등 검찰 특별수사본부 검사 7명과 안태근(51·20기) 전 검찰국장 등 법무부 검사 3명이 저녁 식사를 하며 격려금이 든 돈 봉투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감찰을 받았고, 16일 면직이 확정됐다.

그는 면직 처분과 별개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도 넘겨졌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이보배 기자 bo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