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이공계 대학 가운데 학점이 가장 ‘짠’ 곳은 숭실대로 나타났다.

‘2017 이공계 대학 평가’에 따르면 숭실대 졸업생 가운데 A학점 이상의 성적을 받은 비율은 17.2%였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소위 ‘SKY’대 졸업생의 40~50%가 A학점 이상일 정도로 대학가에 만연한 학점 인플레이션과 대조적이다.

숭실대의 짠 학점에는 엄격한 학사 관리를 위한 제도적 노력이 숨어 있다. 숭실대는 2014년 성적이 나쁜 과목의 학점을 학생 스스로 포기하는 ‘학점포기제’를 가장 먼저 없앴다. 학생회와 협의를 거쳐 성적증명서에 재수강 과목을 표시하는 ‘재수강 기록제’도 도입했다.

재수강 기준도 지속적으로 강화했다. 2015년까지 숭실대 학생들은 C+ 이하 학점을 맞은 12과목까지 재수강이 가능했다. 재수강 때 받을 수 있는 최고 학점은 A-였다.

숭실대는 이 제도가 학점 인플레이션을 부른다고 판단해 2016년부터 재수강 가능 과목을 8과목으로 줄이고 재수강 가능 학점도 C+에서 D+로 낮췄다. 재수강 과목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 학점도 B+로 제한했다.

숭실대 관계자는 “학사관리를 깐깐하게 하자 소위 ‘학점 받기 좋은 수업’에 학생들이 몰리는 현상이 사라졌고 재수강을 염두에 두고 중도 포기하는 학생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숭실대에 이어 성균관대 경기대 중앙대 순으로 졸업생 학점이 낮았다. 숭실대와 이웃한 중앙대 역시 학사관리가 엄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중앙대는 C+ 이하 학점을 받은 과목을 대상으로 1회에 한해 재수강을 인정하고 있다. 재수강 과목의 성적도 B+를 상한선으로 정했다. 중앙대 관계자는 “대학이 취업을 위한 학점 제공처로 변질된다면 장기적으로 대학 교육의 질이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대는 2016년 기준으로 수도권 대학에서 A학점 비율이 가장 낮은 대학(22.2%)이다. 경기대 관계자는 “엄격한 학사관리가 사회에서 신뢰받는 대학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같은 방침을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합평가에서 상위권에 든 학교들은 오히려 학점이 후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평가 1위 한양대는 성적 엄정성 항목에서는 20위에 그쳤다. 종합평가 2위인 KAIST는 44위, 서울대는 39위였다. 포스텍 연세대 등도 모두 40위권 밖으로 나타났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마다 특성이 다르고 학생 간 경쟁의 강도가 달라 학사관리 방식 역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학점 거품을 걷어내고 양질의 수업에 학생이 몰리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학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