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9일 오전 처음으로 사복이 아닌 환자복을 입고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지병인 심장병 등 건강이 악화했다며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했던 김 전 실장은 이날 재판에서 "제가 늘 사복을 입었는데 나올 때 갈아입고, 들어갈 때 갈아입어야 한다. 기력이 없어서 바지를 입다가 쓰러지고 너무 불편해서 오늘은 그냥 환자복 그대로 나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9일 오전 처음으로 사복이 아닌 환자복을 입고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지병인 심장병 등 건강이 악화했다며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했던 김 전 실장은 이날 재판에서 "제가 늘 사복을 입었는데 나올 때 갈아입고, 들어갈 때 갈아입어야 한다. 기력이 없어서 바지를 입다가 쓰러지고 너무 불편해서 오늘은 그냥 환자복 그대로 나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靑문화체육비서관실이 지시…문체부, 이행실적까지 관리
"김기춘 지시받은 김종덕 장관이 문체부에 대응방안 주문"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의 전모와 피해 규모가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문체부와 산하기관은 대통령비서실(문화체육비서관실)의 지시에 따라 특정 문화예술인과 단체를 배제하는 데 체계적으로, 끈질기게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13일 블랙리스트에 따라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문체부 산하 10개 기관의 지원사업 심의위원 후보나 지원 대상에서 배제돼 피해를 본 사례는 총 444건이라고 밝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가 배제한 사례가 364건으로 가장 많았다.

444건을 영역별로 보면 문화·예술 부문 417건, 영화 5건, 출판 22건이다.

감사원이 파악한 경위를 보면 2013년 9∼11월 문화예술계의 정치적·이념편향적 작품에 대한 정부지원이 이슈화되자 문화체육비서관실은 문체부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문화체육비서관실은 2013년과 2014년 문체부가 선정한 우수도서 중 이념편향적 작품 논란이 제기되자 2014년 초부터 문체부에 각종 심사위원의 자격심사를 요구했다.

이어 진보성향 작품·단체에 대한 문예기금 지원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고 문예위 등 문체부 산하기관 공모사업 선정위원 및 지원 신청자 명단을 송부받아 특정인·단체를 선정하거나 배제하도록 지시하기 시작했다.

문체부는 2014년 6월부터 특정 문화예술인·단체 지원배제 지시 이행실적 등을 관리하고 이를 문화체육비서관실에 보고하기 위해 건전 콘텐츠 활성화 TF를 운영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를 받은 김종덕 문체부 장관이 "정치적인 작품에 국고가 지원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니 대응방안을 보고하라"고 문체부 내부에 지시했고, 이에 지원배제를 위한 세부전략이 담긴 '건전 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및 지원방안' 보고서가 작성됐다.

김 장관은 이 보고서를 김 비서실장에게 보고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구체적으로 보면 문체부는 2014년 3월 문화체육비서관실에 2014년도 문예위 분야별 책임심의위원 후보자 105명의 명단을 송부했고, 문화체육비서관실로부터 19명을 배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문예위는 상부 지시에 따라 2014∼2016년 66명을 심의위원 선정과정에서 배제했다.

문체부는 2015년 9월 문화체육비서관실 지시에 따라 문예위에 전화해 '공연예술발표공간 지원사업'에 지원한 96개 단체 중 22개 단체를 배제하도록 했다.

이를 포함해 문예위가 2015∼2016년 배제한 지원 대상은 298개 단체였다.

문체부는 또 2014∼2015년 특정 영화를 상영한 예술영화전용관 1곳과 독립영화관 2곳, 다이빙벨 상영이 논란이 된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지원금을 없애거나 줄이라고 영화진흥위원회에 시켰다.

영진위가 직영하는 독립영화전용관의 특정작품 상영요청은 거부했다.

영진위는 독립영화관 2곳(서울 소재)에 대한 지원금을 배제하라는 문체부 지시를 이행하고자 '독립영화관의 서울편중 개선이 필요하다'는 국정감사 지적을 앞세워 이들 2곳과 위탁계약을 해지했다.

그리고, 서울이 아닌 독립영화전용관을 신규 지원하는 내용의 '2015년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지원 계획'을 만들었다.

영진위는 2014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가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다이빙벨'을 사용해 논란이 되자 지원금을 50% 삭감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영진위는 국제영화제 육성지원사업 예비심사 위원들에게 부산국제영화제 지원금이 전체 사업비의 42.9%라는 점을 부각한 자료를 배포하고, 결정심사에서는 삭감안에 반대하는 심사위원 2명을 휴회시간에 접촉해 문체부 지시사항을 언급하며 설득했다.

그래도 심사위원 2명이 계속 반대하자 예비심사위원회가 재심사하는 것으로 유도하는 등 방법을 동원해 최종적으로 전년 대비 6억6천만원이 삭감되도록 했다.

그야말로 끈질기게 윗선의 지시를 이행한 셈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2014∼2015년 도서를 공공도서관에 배포하는 '세종도서' 최종 심사 시 지원배제 대상 도서가 선정되지 않도록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부각해 총 22종의 도서를 배제했다.

감사원은 문체부에 관련자 징계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한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등 문체부 산하 4개 기관장에게 "특정 문화예술인·단체를 차별하고 위원회 직무상 독립성이 훼손되거나 심사 공정성과 투명성을 저해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주의를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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