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합동법률사무소를 운영하던 시절 직원들과 함께 야유회를 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합동법률사무소를 운영하던 시절 직원들과 함께 야유회를 가고 있다.
김외숙 변호사가 지난 9일 법제처장에 전격 임명되면서 법무법인 부산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두 명의 전·현직 대통령에 이어 차관급 고위 관료를 잇따라 배출한 때문이다. 지방에서 인권·노동 전문 로펌으로 출발한 법무법인 부산은 이제 ‘한국 4대 로펌’을 능가하는 권력의 중심이 됐다는 평가다. 법무법인 해마루도 법무법인 부산 못지않은 새 정부의 인재 산실로 급부상 중이다.

◆노무현·문재인 합동사무소가 모태

법무법인 부산의 모체는 1982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운영한 합동법률사무소다. 1982년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한 문 대통령(사법연수원 12기)은 시위를 주도하다 구속된 전력 때문에 법관 임용에서 탈락했다.

‘변호사가 단순한 밥벌이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문 대통령은 부산으로 내려가 노동·인권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던 노 전 대통령과 동업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부산에서 시국·인권·노동사건을 주로 맡으면서 인권변호사로 이름을 알렸다.

노 전 대통령은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법률사무소를 떠났다. 문 대통령은 젊은 변호사들을 영입해 외연을 넓혔다. 김 신임 처장과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이자 현재 법무법인 부산 대표인 정재성 변호사가 이 당시 영입됐다. 문 대통령은 당시 노동변호사가 되고 싶다며 불쑥 찾아온 김 신임 처장을 흔쾌히 맞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이 폭주했고 문 대통령은 1995년 7월 법무법인 부산을 세웠다.

노 전 대통령은 16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2000년 사무소로 돌아왔다가 2002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문 대통령도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2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청와대 근무로 자리를 비웠다. 2008년 9월 재합류해 2012년까지 대표변호사로 활동했다. 대선 준비를 위해 2016년에는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부산은 ‘부산 민변의 산실’이기도 하다. 20대 총선에서 부산 연제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법연수원 시절 법무법인 부산에 시보로 파견돼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변호사 수는 6명으로 600여명인 김앤장의 1% 수준이다.

◆법무법인 해마루…문재인의 또 다른 인맥

법조계 안팎에선 부산만큼 법무법인 해마루도 주목한다. 해마루는 문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법률자문 등의 중추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진국 변호사(19기)가 대표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법무비서관을 지낸 김 변호사는 2009년 ‘박연차 게이트’ 검찰 수사 당시 문 대통령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을 변호했다.

1992년 천정배 국민의당 의원(8기) 등이 세운 해마루는 ‘수지 김(김옥분) 간첩 조작 사건’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해마루는 2003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42억원의 배상 명령을 받아냈다. 2013년에는 12년을 끌어온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와 전범 기업들 간 소송에서 피해자들을 대리해 항소심에서 국내 첫 배상 판결을 이끌어냈다.

기업 법률자문에도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인권·노동 이슈에 관심이 많다. 법조계에서 해마루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변론과 제도 개선을 주업으로 삼아오면서 ‘인권’ 전문 로펌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1993년 먼저 해마루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합류를 제안한 일화는 유명하다. 노 전 대통령은 이후 5년간 해마루에 몸을 담으며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기도 한 전해철 민주당 의원(19기·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과 활약했다. 문 대통령과 함께 검찰을 생각한다라는 책을 통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을 주장한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25기) 또한 해마루에서 법조인 생활을 시작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