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의 조치들, 진정 검찰개혁 위한 것이기를 바래" 뼈 있는 말도
"검찰 명예 되찾길"…'물갈이 4인', 내부망에 소회
문재인 정부의 전격적인 '물갈이' 인사 직후 사의를 표한 고등검사장·검사장 4명이 내부전산망에 검사 생활을 접고 퇴진하는 소회를 남겼다.

검찰 대표 '공안통'인 정점식(52·사법연수원 20기) 대검찰청 공안부장은 9일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과 이임사에서 "어제 사직서를 제출하고 오늘 검찰을 떠나게 됐다"며 "마음속의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니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정 부장은 2003년 맡았던 송두율 교수 국가보안법 수사와 2013년∼2014년 자신이 주도한 헌법재판소 통합진보당 해산을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꼽으며 후배 검사들에게 "여러분 모두가 '헌법의 수호자'라는 긍지를 가지고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개인을 앞세우지 않는 담담한 마음, 원칙을 지키는 당당한 기개로 국민의 신뢰와 검찰의 명예를 되찾기 바란다"고도 했다.

'특수·강력통' 검사였던 윤갑근(53·19기) 대구고검장도 전날 올린 글에서 "철모르고 검사가 되어 24년 동안 저의 전부였던 검찰을 떠나고자 한다"며 "수 없이 고민하면서 진정성을 가지고 검사로서의 본분과 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했지만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훨씬 많이 남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새 정부의 예상 밖 '인적 쇄신'을 염두에 둔 듯 "지금 이뤄지고 있는 일련의 조치들이 진정으로 검찰개혁을 위한 것이기를 바라며, 바람직한 검찰을 만드는 길이기를 바란다"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기획·공안 분야를 두루 거친 김진모(51·19기) 서울남부지검장은 "이제 헤어져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그동안 나름대로 바른길을 걷고자 노력했지만 부족함이 너무 많았다"면서도 "검찰은 국민이 믿고 기댈 수 있는 언덕 같은 존재여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려면 일을 정확하게 하려는 끝없는 노력, 시류에 좌우되지 않는 중심 잡기, 인간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제가 못 이룬 꿈은 여러분들이 이뤄주실 것으로 믿고 검찰을 떠난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대검·서울중앙지검 핵심 보직을 거친 전현준(52·20기) 대구지검장은 "아무것도 모르던 23년 전 검사가 돼 어느새 여기까지 왔다"며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살면서 베풀어주신 사랑과 가르침을 평생 마음속에 새기겠다"고 짤막한 감상을 남겼다.

이들의 퇴진으로 공석이 된 자리는 당분간 대행이나 겸임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일부 자리에 대한 후속 인사가 조만간 있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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