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회계사 3명 유죄…회계법인엔 구형보다 높은 벌금 7천500만원
"대우조선은 사기대출·투자자들 막대한 피해"…檢 "잘못된 관행 경종"


법원, 대우조선 분식회계 눈감은 안진 회계사들 1심 실형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알고도 묵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소속 전·현직 회계사들이 1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이 기소한 범죄사실에 대해 전부 유죄가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병철 부장판사)는 9일 주식회사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배모 전 안진회계 이사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임모 상무이사와 회계사 강모씨에게 각각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모두 법정 구속됐다.

엄모 상무이사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불법 행위자와 소속 법인을 모두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된 안진회계법인에는 벌금 7천500만원을 선고했다.

안진 측 회계사들은 대우조선의 2013∼2015 회계연도 외부 감사를 하면서 대우조선이 분식회계 한 사실을 파악하고도 감사 보고서를 허위 작성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회계전문가로서 외부 감사인이 해야 할 전문가적인 의구심이나 독립성, 객관성을 저버린 채 회계 원칙에 어긋난 대우조선의 회계처리를 눈감아 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지어 대우조선의 부당한 요구나 자료 제출 거부 등에 대해서도 외부 감사인의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채 미리 정한 결론 맞추기에만 치중했다"고 질타했다.

대우조선이 산업은행과 맺은 영업 목표 달성을 위해 원칙에 어긋난 회계처리를 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분식회계를 의심할 다수의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도 이를 바로잡지 않은 채 감사 보고서에 태연히 '적정의견'을 표시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대우조선은 이런 '적정의견'이 표시된 재무제표로 사기대출을 받았고, 이 재무제표를 믿고 투자한 다수의 투자자는 막대한 피해를 봤다"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까지 투입된 공적자금만 7조원에 달하는 등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한 결과가 매우 중하다"고 거듭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들 회계사가 대우조선의 분식 과정에 공모한 건 아니고, 대우조선 직원들의 거짓말과 비협조로 감사에 어려움을 겪은 점 등은 인정된다며 형량 산정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회계법인에 대해선 검찰이 구형한 벌금 5천만원보다 높은 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안진회계법인은 과거에도 이미 처벌받은 사실이 있는데도 당시 지적된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 이번 사건에서도 유사한 문제점이 반복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진회계법인은 외부 감사인으로서 피감 회사로부터 독립된 지위에서 감사를 수행해야 하는데도 재계약 등을 위해 오히려 대우조선의 눈치를 보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대우조선의 분식회계가 어느 정도 드러난 후 금융감독원의 감리가 예상되자 안진 측이 오히려 대우조선에 대응논리를 알려주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 점도 양형에 반영했다.

대우조선 비리를 수사한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선고 결과에 대해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야기한 대우조선 사태가 전임 경영진의 분식회계와 외부 감사인의 묵인·은폐 범행이 결합해 발생한 결과라는 점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또 "피감 회사와의 '갑을 관계'를 당연시하면서 영업을 중시하고 감사를 소홀히 하는 잘못된 업계 관행에 경종을 울리게 됐다"며 "이번 판결이 향후 회계 관련 범죄에서 하나의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특별수사단은 회계사들에 대해선 청구한 형량보다 선고형이 낮게 나온 만큼 재판 결과에 항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