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협의했던 세월호 유족 外 첫 사례…'중요시설 주변 집회 보장' 최초 사례 될까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 노동자들이 청와대 인근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청와대 바로 인근인 이 센터에 시민단체가 노숙농성을 위한 천막을 치는 것을 경찰이 제지하지 않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청와대와 국회 등 정부 중요시설 주변 집회·시위를 전향적으로 허용하겠다고 최근 밝힌 경찰이 이를 실행하는 사실상 첫 사례가 될지 주목된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께 금속노조는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주차장에 1인용 텐트 4동을 기습적으로 설치했다.

이 단체는 이날 오전 11시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농성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수년간 고공농성과 노숙농성 등을 이어온 현대자동차 협력업체 유성기업 노조와 현대글로비스 협력업체 동진오토텍 노조, 현대기아차 사내하청 노조 등이 주도했다.

이들은 이달 14일까지 7일간 철야 노숙농성을 하겠다고 경찰에 집회 신고를 해놓았으나, 천막 설치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이들 단체는 금속노조 산하 조선업종노조연대가 이날 오후 세종로공원에서 '조선노동자 살리기 결의대회'를 열고 청와대까지 3보 1배 행진을 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조선업노조에 관심을 기울이는 틈을 타 천막을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속노조 등에 따르면 오후 7시 현재 주민센터 앞에는 노동자 10여명이 대기하고 있으며, 설치된 천막에서 4∼5명이 노숙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경찰은 "설치된 천막에 대한 철거 집행 권한은 구청에 있다"고 밝혔다.

종로구청 측은 "현재 현장에서 금속노조 측에 천막 철거를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찰이 주민센터에 농성 천막이 설치되는 것을 사실상 허용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간 경찰은 청운효자동주민센터나 광화문광장 등에 시민단체가 농성 천막을 설치하는 것을 사전에 강경하게 막아왔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모일 때부터 천막 장비를 소지했는지 파악해 장비를 미리 압수하거나, 천막을 치려 시도할 때 장비를 빼앗는 식이었다.

복수의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 농성 천막이 설치된 것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2014년 8월 대통령 면담을 호소하면서 76일간 농성한 것이 유일무이한 사례다.

한 경찰 관계자는 "세월호 유족의 경우 국민의 공감대가 있었던 특수 상황이었고, 사실상 구청이나 경찰과 사전 협의하에 천막을 설치했다"면서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 천막이 기습 설치된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고 볼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경찰은 새 정부가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의 전제조건으로 인권보호 문제 개선을 주문한 이후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등 중요시설 인근에 집회·시위를 전향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h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