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확충·경제부담 완화·환자 관리대상 확대가 '3대 축'
치매 환자 73만명 혜택…요양등급 기준 완화되면 수혜자 더 늘듯


문재인 정부가 '보건의료 정책 1호'로 추진하는 '치매국가책임제'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치매국가책임제는 환자 가족이 오롯이 짊어졌던 경제적, 정서적 부담을 지역사회 인프라와 건강보험 제도를 통해 국가와 사회가 나눠지겠다는 치매 관리 패러다임의 변화를 뜻한다.

정부는 치매 관리 인프라 확충, 환자 및 가족의 경제부담 완화, 경증 환자 등 관리대상 확대 등을 축으로 하반기부터 예방, 관리, 처방, 돌봄 등 치매 원스톱 관리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 지역사회 치매 관리 인프라 구축…의료·복지 서비스를 한 번에
치매국가책임제 실현을 위한 첫 단계는 지역사회의 치매 관리의 구심적 역할을 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보건소마다 있는 치매상담센터는 전담 인력이 1∼2명에 불과해 치매 환자와 가족을 지원하고, 지역사회의 치매 관리 사업까지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현재 운영 중인 47개 치매지원센터는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지방재정으로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의료기관이나 대학 산학협력단 등 외부에 위탁하는 형식이다.

47곳 중 25곳이 서울에 몰려있고 경기와 인천 각 5곳, 대구 4곳, 전북 3곳, 울산 2곳, 부산과 세종, 충남이 각각 1곳으로 지역별 편차도 심하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에서 1천600억원을 투입해 치매지원센터를 모델로 하는 치매안심센터가 205곳에 추가로 설치되면, 전국 대부분의 시군구에 치매안심센터가 들어서 해당 지역의 치매 관리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치매 환자와 가족은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예방부터 교육, 조기 검진, 치료를 위한 의료기관 연계, 돌봄까지 필요한 의료·복지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받게 된다.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 사회복지사, 정신보건 전문요원 등 센터에 배치되는 인력도 현재 10명 안팎에서 20명 내외로 2배 늘어난다.

센터에서는 치매 환자 관리와 가족에 대한 의료·복지 통합 서비스 지원 계획을 세우고 관리하는 것은 물론, 지역사회의 치매 예방과 인식개선을 위한 교육 사업, 조기 발견 사업 등을 맡는다.

추경에는 치매전문병동 확충 예산도 포함됐다.

현재 공립요양병원 79곳 중 34곳에 치매전문병동이 설치됐으며, 나머지 45곳에 추가로 설치하는 데 600억원을 투입한다.

◇ 치매 본인 부담률 10%…경제부담 대폭 낮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서울요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치매 관련 건강보험 본인 부담률을 10% 이내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치매에 대한 본인 부담률은 병원이나 항목에 따라 20∼60%로 천차만별이다.

이를 10% 수준으로 낮춘다는 것은 치매에도 다른 중증·희귀질환처럼 산정 특례를 적용해 진료비를 4대 중증질환에 가까운 수준으로 국가가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2015년 기준으로 보장률이 가장 높은 4대 중증질환의 본인 부담률은 8.6%다.

새 정부 계획대로 치매에 대한 건보 본인 부담률이 낮아지면 환자 가족들의 경제적 부담은 크게 덜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치매 환자에게 드는 연간 관리비용은 1인당 2천33만원(2015년 기준)으로 추산된다.

국가적으로 보면 총 13조2천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9% 정도다.

하지만 2050년에는 총비용이 106조5천억원으로 증가해 GDP의 3.8%를 차지할 전망이다.

고령화에 따라 노인 인구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수혜 범위도 해마다 늘게 된다.

2017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 환자는 72만5천명으로 추산된다.

이 숫자는 2024년 100만명, 2041년 200만명을 넘어 2050년에는 27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요양등급 산정 기준 완화…경증 환자에게도 맞춤형 서비스
이와 함께 치매 등 노인성 질환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에게 등급에 따라 요양이나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혜택도 커진다.

문 대통령은 "치매 환자 모두가 요양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등급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경증부터 중증까지 각각 맞춤형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경증 치매 환자도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등급 산정 기준을 완화하면 더 많은 환자가 증상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환자 가족들은 등급 판정 절차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평소 치매를 앓던 환자가 판정을 맡은 의사를 마주하면 제정신으로 돌아와 실제 상태보다 낮은 등급을 받거나 거동이 불편하지 않다는 이유로 등급외 판정을 받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초기 증상부터 국가의 관리를 받게 되면 질환의 악화 정도를 모니터링할 수 있어 적절한 등급판정이 가능해지고, 여기에 문 대통령의 공약대로 본인 부담 상한제까지 도입되면 경제적 부담까지 더욱 줄게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치매국가책임제'는 '치매 관리 종합계획' 등 기존 사업의 목표와 방향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며 "예산 등 현실적 이유로 추진되지 못했던 사업들이 치매국가책임제 아래서 힘을 받고, 기존의 제도들이 확대·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한미희 기자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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