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이화여대 중앙도서관으로 향하는 학생.
5일 이화여대 중앙도서관으로 향하는 학생.
"비상경계열 전공자라서 그런가요? 나름대로 준비하고 자기소개서도 열심히 썼는데 '전탈'(입사 지원 결과 전체 탈락의 줄임말)했네요."

지난 5일 연세대에서 만난 정민호 씨(가명·27)는 올해 상반기 40여 개 기업에 지원했다. 토익(TOEIC) 950점, 토익 스피킹 6급에 각종 자격증을 보유한 채 작년부터 구직에 나섰지만 상반기 공채에 끝내 합격하지 못했다. 정 씨는 "이번 주부터 하반기 공채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하수지 씨(가명·25)도 "상반기 '전탈'하니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학교 기말고사에도 집중하기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10대 주요 그룹 상반기 채용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취업준비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롯데 등 주요 대기업들이 상반기 공채 합격자 발표를 마쳤다. 일부 기업 채용 공고가 올라오긴 하지만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10대 그룹 채용은 하반기에나 있을 예정이다. 취준생들은 이미 올 9월 이후 하반기 공채 대비 모드에 들어갔다.
여름방학 취업 관련 프로그램 안내 게시물이 학교 내에 붙어있다(왼쪽). 도서관에서 공부 중인 학생들(오른쪽).
여름방학 취업 관련 프로그램 안내 게시물이 학교 내에 붙어있다(왼쪽). 도서관에서 공부 중인 학생들(오른쪽).
이날 오전 9시께 연세대 중앙도서관 24시간 열람실에는 이른 시간에도 도서관 좌석 절반 이상이 채워졌다.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는 노트북 가능 좌석은 빈 곳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화여대 분위기도 비슷했다. 같은날 오전 도서관뿐 아니라 이화캠퍼스센터(ECC)에서 자리를 잡고 취업 준비에 몰두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ECC 내 비치된 테이블에 모여 앉아 취업 계획을 공유하거나 합격자들을 만나 경험담을 듣는 식이다.

학내 게시판에는 이미 하반기 채용을 대비한 여름방학 취업 준비 설명회 안내 게시물이 붙어 있었다. 이날 이화여대에서 만난 한 재학생은 "방금 인터넷 취업 카페에 도서관 '출근 스터디' 모집 글을 올렸다"면서 "현충일인 6일에도 도서관에 나와 공채 준비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서관 '출근 스터디'는 월~금요일, 오전 9시, 도서관 앞 등 정해진 날짜와 장소에 모여서 출석을 체크하는 스터디다. 상반기 공채 이후 풀어진 심신을 다잡기 위해 모임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취업 실패 도서관을 떠나지 못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올해 4월 청년실업률은 11.2%로 치솟아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4월 기록한 11.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대통령 탄핵 여파로 어수선한 가운데 기업 공채도 늦어진 상반기보다 하반기 취업을 노리는 구직자들이 많다.

이화여대 도서관에서 만난 한 취준생은 "갈수록 취업이 어려워지는 것 같지만 그래도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채용 공고가 많이 올라오니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최모 씨도 "하반기 공무원 추가 채용 소식을 듣고 도서관에 나왔다"며 "올해는 꼭 합격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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