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기각 후 석방…"조사 성실히 임하겠다" "괜히 입학해 죄송"
이대 비리에 '관여 안했다' 입장 고수…증거인멸 등 의혹도 부인


정유라 "심려끼쳐 죄송"…각종 의혹엔 "알지 못해 말 못해"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석방된 최순실(61)씨 딸 정유라(21)씨가 3일 새벽 "심려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날 오전 2시 20분께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정씨는 '법원 결정을 어떻게 판단하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정씨는 "많은 분께 심려 끼쳐 드리고 이런 일이 벌어지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거듭 사죄하며 깊이 고개를 숙였다.

이어 "앞으로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부연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입국 때와 마찬가지로 민트 색 후드티를 입었으며 노란 고무줄로 머리를 뒤로 묶은 상태였다.

손에는 개인 소지품이 든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장시간의 검찰 조사와 영장심사 등으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씨는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면 어떤 심정이겠냐'는 물음에 "그러면 영장심사 가서 제가 억울한 부분을 판사님께 말씀드리고 또 똑같은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어떤 점이 제일 억울하냐'는 질문에는 "알지 못하는 일이 많아서…억울하다기보다는 '왜 몰랐을까'하는 그런 부분도 있고요"라고 했다.

또 "드릴 말씀이 없어서 정확히 대답 못 드리기 때문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라고도 말했다.

정씨는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자신을 둘러싼 범죄 혐의에 대해 울먹이며 직접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영장심사에서 눈물을 흘린 이유를 묻자 "SNS에 안 좋은 글도 올렸고 그게 누굴 향한 글이었든 잘못된 글임을 확신하고 많이 반성하고 있다"며 "제 아이한테도 그런 말 하면 정말 기분 안 좋고 속상할 것 같다"며 재차 사과했다.

이어 "다니지도 않을 학교에 괜히 입학해서 많은 분한테 분노를 사고 학생분들 입장에도 안 좋은 영향 끼친 거 같아서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와 관련해선 '잘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덴마크 도피 중 증거인멸을 하고 조력자와 차명 휴대전화(대포폰)로 통화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아니오. 없습니다"라며 부인했다.

정씨는 '어머님(최순실) 면회 가실 생각 있나'라는 질문에는 "허락이 된다면 당연히 가겠지만, 허락 안 되면 가지 못할 거 같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최씨는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대·청담고 비리 등과 관련해 업무방해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날 오전 기각했다.

법원은 "영장 청구 범죄사실 가담 경위와 정도, 기본적 증거자료들이 수집된 점 등에 비추어 현시점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범죄인 인도에 따라 덴마크에서 강제송환된 정씨는 지난달 31일 입국하고서 남부구치소와 검찰을 오가며 조사를 받아왔다.

석방된 정씨는 이날 강남구 신사동 소재 미승빌딩에 도착해 휴식에 들어갔다.

그의 주민등록상 주소는 모친인 최순실씨 소유로 돼 있는 이 빌딩 6∼7층이다.

이는 최씨의 주소지와도 같다.

법원은 최근 최씨가 삼성그룹으로부터 받았다는 78억원 상당의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한 추징보전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해당 빌딩의 매매·증여 등 일체의 처분 행위를 금지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황재하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