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중관춘과 노량진, 두 나라 청년들의 엇갈린 행선지
한 대학생이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을 열고 계정을 팔로우한다. 원하는 좌석을 예약하고 비밀번호를 받은 뒤 자습실로 들어간다. 자습실 안에는 공기청정기, CCTV, 스마트 조명 등이 구비돼 있다. 자습실 관리자는 보이지 않는다. 관리자는 먼 곳에서 원격으로 실내 온도, 조명 밝기 등을 제어한다.

이곳은 최근 오픈한 24시간 예약제 자습실 '@BeauTEA'이다. 중국 베이징 명문 사범대인 수도사범대학 학생들이 졸업 후 창업했다.

한국은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 선발에 역대 최대인 22만8368명이 몰렸다. 20~30대가 전체 지원자의 93.5%를 차지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은 2011년 18만5000명에서 지난해 25만7000명으로 38.9%나 급증했다.

한중 양국 청년들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한국은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 공약을 내건 새 정부가 하반기 추가 채용 방침을 밝히면서 공시족이 늘고 있다. 노량진과 신림동 일대에는 20~30대 구직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대학가는 활력을 잃고 있다. 신입생 때부터 학교 활동보다는 일찌감치 전문직이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 대학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베이징대와 칭화대, 런민대 등이 밀집된 하이뎬구 중관춘에는 활력이 넘친다. 억만 장자를 꿈꾸는 수많은 20~30대 청년 창업자들이 매년 몰려들고 있다.

중관춘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다. 하루 평균 수십 개의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창업자 연령도 매년 낮아지고 있다. 중관춘 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관춘 창업자의 평균 연령은 38.1. 지난 2010년보다 2.4살 어려졌다. 30세 이하 창업자 수도 4명 중 1명꼴(24.7%)에 달했다.

샤오미와 최대 검색 엔진 바이두도 중관춘에서 탄생했다. 이들 기업은 설립 10년 이내 신생기업이다.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창업 절차의 간소화, 세금 감면 등 꾸준한 지원책이 꼽힌다.

두 나라 청년들은 왜 다를까. 그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창업과 안정적 직장 선호의 차이가 아니다.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은 전통적 직업군을 사라지게 만든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창업이다.

드론 산업만 봐도 양국 격차는 상당하다. 한국은 지난해 7월 드론 산업 관련 규제가 일부 완화됐지만 여전히 복잡한 절차와 조건이 발목을 잡고 있다. 무게 13kg 이상 드론은 해당 지역 항공청에 장치 신고를 해야 한다. 25kg 이상은 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안전성 인증을 받아야 한다. 드론을 포함한 첨단 기술 개발을 위한 '규제프리존특별법'은 국회 계류 중이다

중국은? 이미 무게 200kg의 드론 택시까지 개발해냈다. 연구개발(R&D) 성과뿐 아니라 까다롭지 않은 규제도 한몫했다. 드론 개발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안전, 사생활 침해 등 문제는 사후 규제를 만들어 보완하는 식이다.

선허용 후규제 방식이 정답은 아니지만 필요하다면 중국은 과감히 시도하는 분위기다. '대중창업 만중혁신' 기치 아래 국가적으로 각종 규제개혁과 기술 기반 창업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 젊은이들은, 특히 고급 두뇌들이 앞장서 불확실성을 피해 안정적인 일자리에 몰리고 있다. 취업난을 해결하려는 정부의 '공공 일자리 81만 개' 공약은 이 열기를 부채질했다.

정책적 선의와는 달리 미래형 일자리 창출을 막고 있는 셈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공공 부문 일자리가 과연 좋은 일자리일까.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한 때 아닐까. 공무원 쏠림 현상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짚어봐야 할 때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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