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과목을 강의하는 조대호 연세대 철학과 교수(오른쪽)가 ‘코티칭’ 방식으로 수업하고 있다. 공동 담당교수인 서홍원 영어영문학과 교수(앞줄 왼쪽 첫 번째), 김응빈 시스템생물학과 교수(두 번째)가 조 교수와 의견을 나누며 웃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위대한 유산’ 과목을 강의하는 조대호 연세대 철학과 교수(오른쪽)가 ‘코티칭’ 방식으로 수업하고 있다. 공동 담당교수인 서홍원 영어영문학과 교수(앞줄 왼쪽 첫 번째), 김응빈 시스템생물학과 교수(두 번째)가 조 교수와 의견을 나누며 웃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이건 생물학 전공자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라…. 김 교수님께 마이크를 넘기겠습니다.”

1일 연세대 신촌캠퍼스의 한 대형 강의실. 조대호 철학과 교수가 인간이 동물과 다른 차별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강연하다 말고 김응빈 시스템생물학과 교수를 호출했다. 김 교수는 “간뇌는 파충류에도 있지만 대뇌피질은 고등 포유류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발달하기 시작했다”며 다윈의 진화론을 바탕으로 설명을 풀어갔다. ‘위대한 유산’이라는 이름의 이 교양 수업에는 조 교수와 김 교수 외에도 서홍원 영어영문학과 교수까지 모두 세 명이 인간과 생명에 관한 강연을 매시간 함께 펼친다. 수강생인 유한선 씨(24·영어영문학2)는 “문과에서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생물학을 이해할 수 있어 신선하다”고 말했다. 연세대가 시범도입 중인 ‘코티칭(co-teaching)’ 현장이다.

◆연대의 실험…‘코티칭’ 국내 첫 도입

연세대가 이번 학기부터 서로 다른 전공 교수 두 명 이상이 수업에 참여하는 ‘코티칭’ 실험에 본격 나섰다. 연세대는 향후 개론 수준의 기초적인 과목을 제외한 모든 수업에 코티칭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호근 교무처장은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융합 인재’를 키워내기 위한 취지”라며 “코티칭이 필요 없는 기초 과목을 제외하고 모든 교양 및 전공 수업에서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국내 대학의 ‘팀티칭’은 같은 학과 교수들이 번갈아가며 강의하는 수준에 그쳤다. 교수들 간 소통이 부족해 ‘이름만 팀티칭’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반면 연세대는 교수들이 매 수업에 들어가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고 서로 의견을 제시하도록 했다. 미국 하와이대를 비롯한 해외 명문대에서 광범위하게 시행 중인 코티칭과 같은 방식이다.

연세대는 ‘문제 해결 방식’의 수업부터 코티칭을 우선 도입할 예정이다. 지난 학기 코티칭 방식으로 개설된 경영대학의 ‘창조성’ 수업이 대표적이다. 이 수업은 인사 전공 교수와 조직 전공 교수가 함께 실제 경영 케이스를 살펴보며 강의를 이끈다. 이 교무처장은 “코티칭을 도입해 이론만 아는 헛똑똑이가 아니라 다양한 학문을 자유자재로 응용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족한 예산이 최대 걸림돌

코티칭 도입의 최대 걸림돌은 인건비 증가다. 하나의 수업에 둘 이상의 교수가 들어가면 대학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단순계산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수업 내용을 조율하느라 사전 준비 작업 부담도 훨씬 커진다. 강의 수를 줄이지 않고 코티칭을 도입하려면 최소 1.5~2배의 교수가 필요하다는 게 연세대 측 추산이다.

연세대는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플립트 러닝’ 도입을 검토 중이다. 플립트 러닝은 기존 일방향 강의가 아닌 학생들이 사전에 영상 등 자료를 미리 학습한 뒤 현장에선 토론이나 과제 풀이를 진행하는 방식을 말한다. ‘위대한 유산’ 수업에서도 토론은 교수가 아닌 박사과정 학생 여섯 명이 지도를 맡는다. 교수 채용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를 최소화하기 위한 취지다.

연세대 관계자는 “교수 입장에서도 학문 간 경계를 넘나들며 지식과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라며 “학교 차원에서 코티칭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