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입양아 출신 폴피에르 스웨덴 국회의원 "부모 찾고 한국·스웨덴 협력에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김진달래. 스웨덴 3선 국회의원인 예시카 폴피에르 의원(사진)의 한국 이름이다. “제가 태어났을 때가 봄이라 꽃 이름 진달래가 이름이 됐어요. 성도 가장 흔한 ‘김해 김씨’를 가져다 썼고요.”

지난 29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만난 폴피에르 의원이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났다. 갓난아기였던 1971년 7월17일 서울 신촌파출소 소속 경찰이 길에 방치돼 울고 있던 그를 발견했다. 대한사회복지회에 맡겨졌지만 신원을 확인할 만한 어떤 단서도 없었다. 그저 생후 3개월로 추정된 키 63㎝, 몸무게 4.4㎏의 건강한 여자아기라는 것뿐이었다. 임의로 김진달래라는 이름과 1971년 5월27일이란 생일을 부여받고 이듬해 스웨덴으로 입양됐다. 그는 “더 늦기 전에 친부모님을 찾고 싶다”고 했다.

한국 방문은 5년 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어릴 때는 한국에 별 관심이 없기도 했지만 워낙 바빴다고 한다. 폴피에르 의원은 “한국과 스웨덴은 경제와 문화, 특히 과학기술분야에 교류협력이 많다”며 “양국 간 협력 강화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웨덴 국회의원은 349명인데 모두 비례대표제로 선출된다. 어느 수준을 넘어선 출장비는 자비로 내야 하고, 40유로(약 5만원) 넘는 선물은 다 신고해야 한다고 한다.

“스웨덴에서는 정치인이 선망의 직업이 아니에요. 특권은 없고 해야 할 일은 잔뜩 쌓여 있죠. 저도 잠을 거의 자지 못할 정도로 일을 해야 해요.”

그는 17세 때부터 정치에 관심을 갖고 소속된 중도당에서 청년부 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부터 2006년까지 스웨덴 바스테라스에서 시의원을 지냈다. 2006년 국회의원에 처음 선출됐고, 2015년에는 3선 의원으로 야당인 중도당 그룹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각 정책 분야에서 중도당의 정책을 짜는 자리다. 그의 전문 분야는 무역과 노동시장에 관한 정책이다.

“소득세를 낮춰야 한다는 게 우리 중도당이 내세우는 주장이에요. 스웨덴에선 소득세율이 50%를 넘는데 복지가 아주 잘 돼 있다 보니 일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거든요.” 스웨덴 의회는 복지를 강조하는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연합이 138석으로 집권하고 있지만 세금과 복지를 둘러싼 논쟁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폴피에르 의원이 이번에 한국을 찾은 것은 친부모를 찾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한국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이 주관한 ‘제5차 세계한인정치인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29일부터 닷새간 일정으로 서울과 제주에서 열리고 있다. 11개국에서 국회의원, 지방의원, 고위공무원 등 37명이 참석했다.

우즈베키스탄 첫 고려인 출신 하원의원인 박 빅토르 의원도 그중 한 명이다. 타슈켄트주(州) 고려인문화협회장이기도 한 그는 2015년 오르타치르칙 지역에서 56%의 지지를 얻어 세 명의 경쟁자를 누르고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그의 할아버지는 러시아 연해주 수찬 지역에서 한의사이면서 말 농장주로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았다. 그러다가 1937년 추수가 끝난 10월 중순 갑자기 러시아 군·경이 들이닥쳐 강제로 화물열차에 태워졌고, 영문도 모른 채 28일간 밤낮으로 달려 낯선 땅 타슈켄트에 버려졌다고 한다.

그는 “우즈베키스탄 전역에 31곳이 있는 고려인문화센터에서는 한국어와 한국어 노래뿐 아니라 아기 돌잔치, 장례절차 등 한국의 전통 풍습을 가르치고 있다”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양국의 우호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