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김모군(18)은 요즘 수업시간에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500여만원을 투자한 가상화폐 ‘이더리움’ 시세가 분 단위로 급등락을 반복해서다. 김군은 “1주일 새 1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며 “불법 사설 토토(스포츠복권)도 해봤지만 가상화폐 투자가 더 짜릿한 것 같다”고 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널뛰면서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가상화폐 열풍’이 불고 있다. 김군은 “쉬는 시간마다 가상화폐 시세를 놓고 반 친구들과 얘기한다”며 “비트코인 개념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학원 수강료까지 ‘올인’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청소년들이 가상화폐에 열광하는 까닭은 부모 동의를 받지 않아도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 20세 미만 미성년자가 증권계좌를 개설하려면 법정대리인과 함께 은행이나 증권사를 방문해야 한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준우 군(17)은 “재테크에 관심이 많아 주식 투자를 해보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반대해 대신 가상화폐 ‘라이트코인’에 몰래 소액을 투자 중인데 수익이 쏠쏠하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투자로 돈을 크게 잃는 청소년이 속출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비트코인 시세가 절반 가까이 급락한 지난 2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동생 병원비까지 넣었는데 크게 잃었다” “학원비를 날렸는데 부모님께 뭐라고 말해야 하나” 등의 사연이 줄지어 올라왔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