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기 여성에게 과일·채소가 '보약'
과일과 채소를 하루 500g 이상 섭취하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20~30%가량 낮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폐경 이후의 여성에서는 위험도 차이가 38%로 더 큰 차이를 보였다. 대사증후군은 비만, 고혈당,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적인 대사 장애로 인해 생기는 질환들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대사증후군이 진행되면 당뇨,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폐경기 여성에게 과일·채소가 '보약'
김미경 한양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사진)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40∼64세 여성 2999명을 대상으로 과일과 채소 섭취에 따른 대사증후군 위험도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6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의 평균 연령은 49세였고 30%만 규칙적으로 운동했다. 전체의 28%는 술을 마셨고 흡연자는 4.6%였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보건복지부 권고대로 하루에 500g 이상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는 비율은 53.7%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전체 여성 중 하루에 과일과 채소를 500g 이상 섭취하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28% 낮았다. 김 교수는 “과일과 채소에 들어있는 피토케미컬 성분이 체내에서 항산화, 지질 감소 등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에 알려져 있던 혈압을 낮추는 효과뿐만 아니라 다양한 대사증후군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연구팀은 폐경이 대사증후군과 관련이 깊다고 분석했다. 대사증후군을 갖고 있는 여성의 비율은 폐경 이전과 이후가 각각 12.8%, 21.9%였다.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한 집단은 대조 집단에 비해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폐경기 이전은 19%, 이후는 38% 낮았다.

폐경이란 여성이 나이가 들면서 난소의 기능이 떨어져 배란 및 여성호르몬의 생산이 더 이상 이뤄지지 않는 것을 뜻한다. 보통 45~55세에 나타난다. 김 교수는 “대사증후군을 유발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단순화할 수는 없다”면서도 “임상적으로는 폐경기 이후 대사증후군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산화성 스트레스를 억제하던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극적으로 감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모든 여성이 해당하지만 폐경기에 접어든 중년 여성은 대사증후군 위험을 낮추기 위해 과일과 채소를 하루에 500g 이상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이어 “섭취하는 채소의 3분의 1이 김치인 한국인의 식문화를 고려했을 때 나트륨 섭취는 줄이되 김치 섭취량은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아시아·태평양 임상영양학저널’ 최근호에 실렸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