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비정규직 제로" 발언으로 파견 등 간접고용에 관심
정부, 간접→직접고용 필요한 경우 허용하기로…전환 대상 선별에 고심
전문가들 "비정규직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 필요"


정책팀 =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천명하면서 간접고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분류하는 비정규직은 직접고용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파견직 등 간접고용은 비정규직에 포함되지 않는다.

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때 필요한 경우 간접고용의 직접고용을 허용하는 안을 검토 중이지만 간접고용 규모가 작지 않아 전환 범위 등을 두고 고심 중이다.

전문가들은 비정규직의 전환에 앞서 정규직 전환이 필요한 대상을 선별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3만7천명 vs 14만명…공공기관 비정규직은 정확히 몇 명?

정부가 각종 통계를 작성할 때 사용하는 비정규직의 정의는 2002년 7월 노사정위원회 비정규특위가 확정한 내용 일부만 취한 것이다.

당시 노사정위원회는 비정규직을 고용형태에 따라 ▲ 한시적 근로자(기간제 근로자) ▲ 시간제 근로자 ▲ 비전형 근로자로 정의했다.

한시적 근로자는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계속 근무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근로자를 의미한다.

시간제 근로자는 근로시간이 통상 근로자보다 짧은 '파트타임형' 근로자를 말한다.

비전형 근로자는 파견 근로자, 용역 근로자, 모집·판매·배달·운송 등을 하는 특수형태 근로자 등을 지칭한다.

정부는 이 세 가지 구분의 근로자 중 비전형 근로자를 제외한 나머지를 비정규직으로 보고 통계를 뽑고 있다.

다시 말해 정부는 간접고용 형태로 해당 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인력은 비정규직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정부가 공개한 공공 및 부설 기관 355곳 종사 비정규직 수인 3만7천400여명(2017년 1분기 기준)은 이러한 정의에서 나온 것이다.

이렇게 보면 전체 공공부문 종사자 42만9천여명 중 비정규직은 8.7%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정규직 수를 14만4천여명으로 제시한다.

이는 2002년 노사정위원회 정의 중 정부가 제외한 비전형 근로자 수와 함께 무기계약직까지 더한 수치다.

한시적·시간제 근로자 이외에도 비전형 근로자는 물론 무기계약직 역시 사실상 비정규직이라는 시각이 반영된 수치다.

작년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은 2만3천여명이고, 간접고용 등 소속 외 인력은 8만3천여명이었다.

이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비율은 전체 종사자의 33.6%까지로 늘어난다.

정성미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정부의) 비정규직 정의 안에 잡히지 않지만, 비정규직으로 볼 수 있는 고용형태가 대단히 많다"며 "비정규직 통계가 복잡해 국제 비교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 파견직 직접 고용 필요하면 허용하기로…범위 선별에는 '신중'

기획재정부는 올해 하반기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을 개선하면서 지금까지 무분별한 '정원 늘리기'를 막기 위해 제한해왔던 간접고용의 직접고용을 필요한 경우에 한해 허용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공공기관 경영평가 지침에 직접고용 중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는 가산점 평가 근거가 명확하다.

하지만 간접고용의 직접고용 전환은 '적절하게 사용하는지'만을 평가할 뿐 구체적인 방향이 명시돼있지 않다.

이는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을 막고 조직을 효율화하기 위해 간접고용의 무분별한 직접고용 전환을 제한한 정부 지침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조직 효율화를 이유로 아웃소싱 등 간접고용이 늘자 파견직의 안전 문제 등이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정부가 하반기 간접고용의 직접고용에 대해 일부 긍정적 평가를 할 수 있는 안을 검토하는 것은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문제는 간접고용 규모가 작지 않아 이들을 단기간 내 모두 직접고용을 전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협의를 통해서 필요하면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것을 허용할 방침이다.

지난해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를 통해 문제가 됐던 생명·안전관리 분야 업무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우선 간접고용의 직접고용 전환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되 임금 불평등 등 전환 이후 문제를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간접고용의 직접고용을 무작정 장려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신분이 직접고용으로 전환된다고 해도 사내 갈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검토할 부분이 많다"라고 말했다.

◇ "비정규직 정의에 대한 사회적 논의 먼저 이뤄져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봤지만 비정규직 정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라고 입을 모은다.

박윤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보험 모집인 같은 경우 보험사에서 직접 고용된 것은 아니지만 보험왕 같은 연봉이 높은 분들도 있고 대학교수라 하더라도 연구소에 자문하고 용역비를 받으면 연구원 입장에선 용역 근로자가 된다"며 "비정규직 안에도 자발적인 비정규직이 있고 업무 형태상 비정규직일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는 등 이질적인 고용형태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무조건 비정규직이 나쁘다고 볼 수 없다"며 "현실을 단순화해선 안 된다"고 경계했다.

정성미 전문위원 역시 "비정규직 정의를 먼저 정리하지 않으면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 임기 5년 내내 관련 문제가 계속해서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은 밝혔지만 정부의 안이 아직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전문위원은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형태의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외주화한 용역·파견 근로자를 직접고용으로 흡수하겠다는 것인지는 모호하다"고 말했다.

그는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비정규직도 대단히 많다"며 "비정규직 정의를 좀 더 적극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덧붙였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이전에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을 먼저 잘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연구위원은 "비정규직 자체가 나쁘다기보다 비정규직이 남용될 수 없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이를 위한 법은 다 갖춰져 있는 만큼 법을 먼저 잘 지켜지게 하는 것이 정부의 일차적인 책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연합뉴스) ro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