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송전선로 입지선정위 동·서부 '따로'…'꼼수' 의혹 사

강원 횡성지역에 초고압 송전선로 설치가 가시화 되면서 주민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765㎸ 초고압 송전선로가 설치돼 각종 피해를 보는 강원도 횡성지역에 또다시 경북 신울진에서 경기 가평으로 이어지는 HVDC500 송전선로가 추가 설치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횡성 주민들은 한전의 송전선로 노선을 결정하기 위한 입지선정위원회가 아래쪽인 신울진~강원 평창 간 '동부구간'은 속도를 내는 반면, 횡성~가평 간 '서부구간'은 입지선정위원회조차 정식 구성조차 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한전은 2007년 시작된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공사 반대 투쟁 이후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갈등을 줄이기 위해 주민대표, 관계 공무원, 군의원, 환경·전기·언론 전문가 등으로 송전선로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 운영해오고 있다.

한전에서 자의적으로 송전선로를 긋고서 주민설명회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사업을 강행하다 보니 주민 반발을 키웠다는 판단에 따라 산업자원부가 좀 더 투명한 운영을 권고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한전은 2021년 완공되는 신한울 원전 3, 4호기가 생산하는 전력을 신울진∼가평으로 수송하기 위한 송전선로 선정을 위해 지난해 10월 경북 신울진~강원 평창군의 동부구간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 지금까지 4차 회의까지 열었다.

동부구간의 경우 빠르면 오는 10월 선로가 정해지고, 주민설명회를 거쳐 빠르면 12월 말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평창군에서 경기 가평군까지 서부구간은 아직 입지선정위원회도 정식 발족조차 못 하고 있다.

횡성 주민들은 동부구간 노선이 확정되면 서부구간은 사실상 노선 선택의 여지가 없어져 하나 마나 한 입지선정위원회가 될 수밖에 없다며 동·서 구간을 나눠 따로 진행하는 한전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횡성환경운동연합 김효영 사무국장은 "신울진 원전과 연결된 동부구간 선로가 평창군 봉평면과 인접한 횡성군 둔내면까지 오는 것으로 확정되면 이는 송전선로가 횡성군을 통과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동부구간부터 확정한 뒤 하자는 것은 송전탑 건설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횡성지역을 압박하는 여론 조성을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횡성군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와 횡성환경운동연합, 전국송전탑네트워크는 대선이 끝나는 대로 횡성에서 다시 송전탑 건설반대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

김 사무국장은 "횡성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송전탑이 세워져 있는데도 또다시 초고압 송전탑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며 "다음 세대에게 청정 횡성을 물려 주기 위해 더 이상의 송전탑 건설 계획은 백지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현재 강원도 횡성군과 홍천군, 경기도 가평군 등 5개 시·군 이장협의회장·번영회장·군의원·각계 전문가 등 40여명의 입지선정위원 선정을 최근 잠정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서부구간 입지선정위원회가 늦어지고 있는 것은 동부구간 노선 확정 후 서부구간 입지선정위원회를 개최하자는 일부 위원들의 의견에 따른 것"이라며 "동부구간 진행 상황에 따라 오는 10월께 착수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전 측은 또 이번에 설치될 송전선로는 전자파 발생이 없는 DC 500㎸ 방식을 채택했으며, 철탑 규모도 기존의 75% 수준이라며 홍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김 사무국장은 "아직 확정도 안 된 일부 입지선정위원의 비공식 의견을 받아들여 동부구간 확정 후 서부구간 입지선정위원회를 개최하겠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횡성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ryu625@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