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놀수록 성장호르몬 분비 '쭉쭉' 늘어…아이들도 '쑥쑥' 크죠
가정의 달인 5월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시기다. 아이를 둔 부모가 가장 신경 쓰는 고민 중 하나는 성장 문제다. 키를 키우려고 어릴 때부터 태권도 검도 농구 등을 가르치고 각종 영양제를 먹이기도 한다. 아이의 성장판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아이가 살이 찌면 성조숙증이 생겨 성장이 멈추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기도 한다. 아이들 성장에 도움되는 생활습관 등에 대해 알아봤다.

성장판 검사로 최종 키 예측도

임신 순간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아이들은 계속 성장한다. 시기에 따라 눈에 띄게 많이 자라기도 하고 더디게 자라기도 한다. 아이가 태어나서 가장 많이 자라는 시기는 태어났을 때부터 만 2세까지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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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는 1년에 키가 10~25㎝ 정도 자란다. 2세를 지나 사춘기 이전까지 성장 발육 속도는 다소 주춤해진다. 1년에 평균 5~6㎝ 정도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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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가 시작되면 성장 속도가 다시 빨라진다. 여자아이는 11~13세, 남자아이는 13~15세 사이다. 이후 팔다리 성장은 서서히 멈춘다. 주로 몸통이 자라다가 16~18세 이후 모든 성장이 멈춘다.

최근에는 성장판 검사를 통해 아이들의 성장 정도를 측정하기도 한다. 성장판은 뼈 가운데 부분과 양끝 부분 사이에 남은 연골조직이다. 아이들의 키 성장 정도를 예측하기 위해 병원에 가면 골반이나 다리 길이를 재는 방사선을 최소 4~6개월 간격으로 2~4회 연속 촬영한다.

방사선 사진을 통계적으로 만들어진 평균 소아 성장차트 그래프에 대입하면 뼈 성장이 끝나는 나이(여자 14세, 남자 15세) 전후의 최종 키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어린 시절에는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키 성장이 빠르지만 중학교 시절을 거치며 남자아이의 성장속도가 더 빨라진다.

이승구 대전선병원 정형외과 전문의는 “보통 성장기 소아의 키는 넓적다리 부위에서 연평균 10㎝, 무릎 주위에서 6㎝ 자란다”며 “아이들의 연령별 척추 성장은 0~5세에는 1년에 1.4㎝, 5~10세에는 0.6㎝ 정도 자란다”고 했다. 그는 “10세 이후 사춘기에는 한 해 1.6㎝씩 자라는데 사춘기에 골격이 가장 왕성하게 성장한다”고 했다.

외부 요인 등에 의해 성장판에 문제가 생기면 예상 키보다 적게 자란다. 대표적인 사례가 골절이다. 전체 골절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성장판 골절은 야외활동이 많은 시기에 발생하기 쉽다. 성장판이 골절된 뒤 나타나는 현상은 부위별로 차이가 있다. 어깨나 손목, 무릎 주위가 골절되면 성장판이 일찍 닫혀 다리가 짧아지거나 변형될 수 있다. 뼈의 길이가 덜 커지는 팔꿈치나 고관절 족관절 주변에 골절이 있으면 긴뼈가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휘는 내외반 변형이 자주 온다.

성장판은 연골로 이뤄져 있어 엑스레이 검사만으로는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성장판 손상 후유증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2~12개월 정도 걸린다. 소아 골절은 뼈를 맞추고 석고로 일정 기간 고정하면 치료할 수 있지만 성장판 주위가 손상됐다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조기에 치료받았더라도 후유증이 생길 수 있어 꾸준히 관찰해야 한다.

소아비만, 성장 멈추는 원인

어릴 때 통통했던 아이가 커서도 통통한 경우가 적지 않다. 어릴 때 살이 찌는 것은 지방세포 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한 번 늘어난 지방세포 수는 다이어트를 해도 줄이기 쉽지 않다. 소아비만이 성인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은 60~80%로 매우 높은 편이다. 성장기에 지방세포 숫자가 늘지 않게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무턱대고 열량을 조절하면 아이 성장이나 신체 기능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건강하고 올바른 다이어트로 성장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성장에 필수적인 성장호르몬은 아이를 자라게 할 뿐만 아니라 지방을 태우는 일도 한다. 비만인 경우 성장호르몬이 지방을 태우는 데 집중적으로 쓰이게 돼 성장이 상대적으로 더딜 수밖에 없다. 과도하게 쌓인 지방은 성호르몬 분비를 자극하는 역할도 한다. 비만인 아이들에게 2차 성징이 빠른 배경이다. 소아비만이 있으면 성조숙증이 생길 수 있고 이는 성장판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

자녀의 비만을 예방하고 2차 성징을 늦춰 성장판이 오랫동안 열려 있게 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관심과 노력이 중요하다. 소아 비만 관리는 단순한 체중 감량과 다르다. 성장기에 아이는 물을 많이 마시고 영양분을 균형 있게 섭취해야 한다. 라면 피자 등 고열량 음식, 고지방·고염분 음식은 피하고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성장호르몬 주사는 신중히 결정해야

자녀의 성장을 위해 성장호르몬 주사를 고민하는 부모도 많다. ‘키 크는 주사’로 불리는 성장호르몬 주사는 원래 왜소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던 방법이다. 같은 연령대에서 키가 하위 3% 이하거나 사춘기 이전의 성장 속도가 1년에 4~5㎝ 미만일 때 왜소증이라고 한다.

성장호르몬 주사는 한 번 주사를 맞고 끝나지 않고 여러 차례 맞아야 한다. 병원을 계속 방문해야 한다. 나이에 따라 주사횟수도 달리해야 한다. 성장판이 닫힌 뒤에는 주사를 맞아도 소용이 없다. 주사를 맞은 뒤 혈당과 콜레스테롤 증가, 부종과 관절통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심하면 당뇨 고지혈증 등이 올 수도 있다. 반드시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아이가 크는 데 필수적인 성장호르몬은 가만히 있을 때보다 몸을 일정한 강도 이상으로 움직여줄 때 더 많이 분비된다. 뛰는 행동은 성장점을 자극해 성장호르몬 분비를 늘린다. 운동은 아이의 키만 늘려주는 것이 아니다. 박수성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는 “뼈처럼 근육에도 성장판이 있는데 관절운동으로 수축과 이완이 반복되면 근육 성장판이 자극을 받아 근육세포가 자란다”며 “성장판 주위의 혈액순환과 대사활동을 높여 아이의 성장과 발달을 촉진시킨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박수성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 이승구 대전선병원 정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