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족 늘자…어린이날 큰손 된 '조카 바보'
직장인 김현규 씨(38)는 여섯 살 조카에게 줄 어린이날 선물을 지난달부터 준비했다. 백화점에 가기 전 동생에게 조카가 갖고 싶어 하는 선물을 조사하는 건 물론이고 인터넷 육아카페를 둘러보며 최신 트렌드까지 파악했다. ‘비혼(非婚)’을 선언한 김씨는 조카를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는 자칭 ‘조카 바보’다.

비혼족 증가로 자녀 대신 조카에게 애정을 쏟는 조카 바보가 늘고 있다. 지난해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직장인 미혼남녀 32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58%가 어린이날 조카에게 선물할 의향이 있고, 선물 비용으로 평균 5만2000원을 지출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를 하면서 의도적으로 자녀를 갖지 않는 ‘딩크족(DINK·double income, no kids)’의 증가도 조카 바보가 많아진 이유다. 직장인 장모씨(36)는 “자녀가 없으니 특별한 날에 한 번씩 조카에게 비싼 선물을 사줘도 부담이 적다”며 “어린이날 선물로 30만원짜리 장난감을 사놨다”고 했다.

조카에 대한 애정이 결혼, 출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는 빗나가고 있다. 오히려 반대다. 가연에 따르면 직장인 미혼남녀들은 ‘개인 시간 없이 아이만 돌보는 형제의 모습을 볼 때’(68%), ‘출산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형제를 볼 때’(16%) 결혼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혼인율은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카 바보가 어린이 선물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유통업계도 삼촌과 이모, 고모를 잡기 위한 마케팅에 나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카오톡 기반의 모바일 커머스 서비스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4일 ‘조카마음 훔칠 어린이날 선물 총집합!’ 기획전을 열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