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핫한 카페'다 모였다…커피의 천국 도쿄
도쿄행 비행기 표를 끊는다…오직, 커피 한 잔을 위해

미친 짓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커피 한 잔 마시기 위해 일본 도쿄행 비행기표를 끊는다니. 하지만 떠나보면 안다. 왜 많은 이가 단지 카페 때문에 도쿄에 열광하는지를.

도쿄는 지금 커피에 관한 한 ‘유엔 본부’ 격이다. 프랑스, 뉴질랜드, 미국, 노르웨이 등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카페들이 도쿄에 둥지를 틀었다. 그것도 해외 첫 지점으로 도쿄를 택한 사례가 많다. 사람들은 도쿄에서 커피 ‘제3의 물결’이 절정에 이르렀다고 한다.

‘제3의 물결’이란 커피콩 각각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바리스타마다 서로 다른 로스팅과 추출 방식을 연구하는 커피 트렌드를 말한다. ‘세분화’가 핵심이다. 이렇게 제조된 커피가 스페셜티 커피다. 도쿄에선 스타벅스 세대뿐 아니라 스페셜티 커피를 즐기는 이들까지 취향에 맞는 카페를 고를 수 있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2시간. 스타벅스 커피에만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놀랄 준비를 하시라.

도쿄에서 만나는 유럽 ‘국대급’ 카페

도쿄에서 세계 국대(국가대표)급 카페를 만나려면 시부야와 롯폰기, 오모테산도를 잇는 삼각지대를 주목해야 한다. 시부야 요요기 공원 옆 푸글렌은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건너온 커피전문점이다. 노르웨이는 세계적인 커피 소비국답게 카페 문화가 발달해 있다. 1963년 창업한 푸글렌은 그중에서도 오슬로 커피의 전통이자 미래로 통하는 곳이다. 1950~1960년대 빈티지 가구와 칵테일 등도 판매한다. 해외 첫 매장인 도쿄 분점은 2012년 문을 열었다. 외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이어서 분위기가 더 자유롭다. 노르웨이에서 보내는 최고급 생두를 로스팅한다. 날씨에 따라 핸드드립, 에어로프레스 등으로 원두 중량을 바꿔가며 추출한다. 도쿄의 유명 빵집인 지유가오카 베이커리의 빵도 만날 수 있다.

파리지앵의 카페도 도쿄를 택했다. 프랑스 카페 문화의 혁신을 일으킨 쿠튐이 대표적이다. 2011년 파리7구에 문을 연 쿠튐은 커피 나무가 자라는 땅, 재배 방법, 수확까지 모든 공정을 직접 가서 보고 최고 품질의 원두를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창업 2년도 안 돼 프랑스의 유명 호텔과 카페, 미슐랭 레스토랑에 원두를 납품해 화제를 모은 곳이다. 일본에는 2014년 아오야마에 문을 열었다. 세계에서 단 한 대뿐인 목제 핸들의 ‘시네소’ 에스프레소 머신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프랑스 패션브랜드 메종 키츠네가 운영하는 키츠네 카페도 입소문이 났다. 대나무 장식의 인테리어와 미닫이 출입문, 소나무 분재 등이 일본 시골마을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원두를 구매대행하는 사람들이 있을 만큼 커피의 밸런스가 좋다. 이곳에서 내놓는 말차와 말차라테도 인기 메뉴다.

플랫 화이트·롱블랙…진짜 오세아니아의 맛

호주와 뉴질랜드는 ‘커피’ 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아니지만 커피의 인기가 가장 뜨거운 나라인 건 확실하다. 와인으로 치면 신대륙쯤이라고 할까. 2000년 시드니올림픽 직전 법률로 금지했던 카페 옥외 영업이 가능해진 이후 10년이 훌쩍 넘게 커피 붐이 계속되고 있다.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에만 약 30개 지점이 있는 모조는 고품질 커피콩으로 승부하는 인기 카페다. 이 카페가 2012년 해외 첫 지점으로 선택한 곳이 일본 가구라자카. 와세다대와 관청들이 있는 차분하고 고즈넉한 동네에 자리잡았다. 와세다점도 문을 열어 2층 테라스까지 북적인다.

뉴질랜드의 전설적인 카페도 도쿄에 있다. 올프레스 에스프레소 도쿄 로스터리&카페다. 에스프레소가 뉴질랜드에 흔치 않던 1986년 조그마한 커피 카트로 창업해 뉴질랜드 전역과 호주, 영국까지 바람을 일으킨 곳이다. 일본에는 2014년 진출했다. 아라비카종 스페셜 등급의 원두만을 엄선해 커피를 내린다. 추천 메뉴는 에스프레소에 라테보다 적은 양의 스팀우유를 부은 ‘플랫 화이트’.

긴 줄 서는 블루보틀 vs 핫도그 맛있는 고릴라커피

이미 너무 유명해졌지만 도쿄 카페를 얘기할 때 블루보틀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작은 창고에서 시작한 블루보틀은 ‘커피업계의 구글’로 통한다. 단일 나무에서 수확한 커피 생두를 고집하고 한 잔씩 핸드드립으로 정성껏 내려준다. 도쿄에만 이미 5개 지점이 있다. 너무 유명해진 나머지 한 잔씩 정성껏 내려주는 커피를 여유 있게 음미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커피 맛의 50%는 공간이 좌우한다는 말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주말엔 피하는 게 좋다. 손님의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다.

미국식 커피 맛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시부야에 있는 고릴라커피를 추천한다. 2002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시작한 이 커피점은 강렬한 강배전 커피를 내놓는다. 이름도 특이하지만 커피 맛도 독특하다. 가격도 커피 270엔(약 2750원), 싱글오리진 350엔(약 3560원) 등 싼 편이다. 원두는 친환경 공법으로 만든 생두를 엄선해 사용한다고. 시부야점에서는 세미 하드롤에 소시지를 넣은 ‘고릴라 핫도그’가 인기다. 디저트와 식사용 빵도 많다.

요즘 도쿄 젊은이들이 형성한 커피 문화를 알고 싶다면 동쪽 기요스미시라카와를 거닐어보는 걸 추천한다. 1923년 관동대지진, 1945년 도쿄 대공습으로 피해를 입었던 이 동네는 10여년 전부터 아트 갤러리와 개성 있는 카페, 예술인의 거리로 변했다. 더 크림 오브 더 크롭 커피, 올프레스 에스프레소, 어라이즈 커피, 선데이 주 커피, 블루보틀 해외 1호점 등이 줄지어 있다.

도쿄=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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