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아니면 언제 해외에 나갈 수 있겠습니까."

'황금연휴'를 앞둔 28일 오후 2시께 인천공항에는 여행 인파로 가득했다.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휴가를 낸 직장인 30~50대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아직 '업무 피로'가 얼굴에 남아있는 듯했지만 하나같이 표정은 밝았다.

탑승 수속 카운터마다 점점 줄이 길어져 수십명에서 100명 이상이 기다렸다.

공항 의자에는 푸른색 셔츠를 맞춰 입은 젊은 부부가 아이 볼을 꼬집는 등 장난을 쳤다.

퇴직을 앞둔 중년 남성들이 카트에 여행용 가방을 잔뜩 사고 여행 계획을 짜기도 했다.

여자친구와 일본 여행을 간다는 영화 컴퓨터그래픽 회사 직원 신청우(37)씨는 "올해 들어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는 날이 부지기수였다"며 "회사가 다음 주 평일까지 대체휴가로 인정해줘 모처럼 모든 걸 다 잊고 쉬겠다"고 말했다.

여행지로 체코와 오스트리아를 선택했다는 한 주류업체 직원 이모(28)씨는 "올해 황금연휴가 아니면 평생 해외여행을 갈 수 없다는 생각으로 표를 끊었다"며 "야간 근무가 많아 평소에도 제대로 된 휴일을 보내지 못했는데 여행 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10살 아들 손을 잡고 이동하던 과학 분야 연구원 서모(43)씨는 "일찌감치 오늘 휴가를 미리 냈다"며 "7일 일정으로 싱가포르를 가는데 표가 몰릴까 봐 두 달 전에 예매를 마쳤다"고 전했다.

공항 벤치에 또래 남성 6명과 몰려있던 이경재(57)씨는 "퇴직을 앞둔 고등학교 동창, 이미 퇴직한 동창끼리 모여 중국 여행을 결심했다"며 "이번이 아니면 우리 동창이 언제 함께 해외여행을 가겠나.

그래도 다음 달 선거일 전에는 돌아와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연휴를 맞아 표 구하기가 어려워 진땀을 뺀 승객도 있었다.

아랍에미리트(UAE) 한 항공사 직원 정세온(31·여)씨는 "다음 주가 황금연휴인지 모르고 최근 한국에 왔는데 두바이로 가는 직행표가 동나 당황했다"면서 "결국 오늘 오전 공항에 와서 방콕을 경유하는 표를 가까스로 끊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공항에서 근무하는 여행사 직원은 "사드 논란으로 '혐한' 분위기가 확산하는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표는 황금연휴에 사실상 구하기 어렵고 가격도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상황"이라고 전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날부터 대통령 선거일인 다음 달 9일까지 12일간 인천공항 이용 여객이 197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나 증가한 수치다.

한편, 출국하는 국민이 대선 투표를 미리 할 수 있도록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3층 중앙에 사전투표소가 설치된다.

사전투표는 다음 달 4일과 5일 이뤄진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이승환 기자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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