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대, 체육특기자 '최저학력기준' 미달 땐 안 뽑는다
현 중3 입학부터…"입학 후에도 학사관리 철저히 해 운동·학업 병행"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불공정한 방법으로 대학 체육특기자로 선발된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산 가운데 연세대와 고려대가 체육특기자 학력요건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과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2021학년도부터 체육특기자 선발 때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양교 총장은 "양교는 아마추어리즘에 입각해 체육특기자들이 학습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며 이처럼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체육특기자로 고려대나 연세대에 입학하려면 운동과 학업을 병행해야 한다.

이들 대학은 그러나 구체적인 최저학력 기준은 발표하지 않았다.

고려대 김 총장은 "구체적 사항은 결정하기 어려워서 첫 출발선을 70% 수준으로 설정하자고 대체로 합의했다"라며 "이 기준을 강화해 아마추어리즘으로 간 뒤, 중·고등학교가 어떻게 따라오는지를 보고 (다시) 정하는 것이 낫겠다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학교생활기록부 등 내신성적이 기준이 될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예측된다.

김 총장은 체육특기자가 반드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봐야할 필요는 없다는 내용이 현재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연세대는 2020학년도부터 학생부 반영 비율을 10%에서 20%로 높일 계획이다.

고려대는 학생부 비율이 현재 50%다.

두 대학은 체육특기자가 입학한 이후에도 학사관리를 철저히 해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게 하겠다고도 선언했다.

학점이 일정 수준 이상 되지 않으면 경기에 출전할 수 없도록 하고, 학점 1.75 미만으로 학사경고를 3회 이상 받으면 퇴학 조치하는 학칙을 체육특기자에게도 일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고려대는 전 과목을 반영하지 않고 사회에서 리더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과목만 선택적으로 반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합 등 참여로 인한 공결에 관해 연세대는 공결을 절반만 인정하도록 한 교육부 방침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고려대는 출석인정요청서를 교내 체육위원회에 제출하면 위원회가 담당 교수 허가를 받도록 한다고 말했다.

두 대학 총장은 기존에 학사경고가 누적됐거나 학점이 미달했는데도 체육특기자를 졸업시킨 것은 부정이 아니라 대학 자율성에 관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앞서 교육부가 공문을 보내 체육특기자들을 졸업시키라고 해서 우리가 총장 결재로 예외를 뒀다가 2012년에 학칙에 반영했다"며 "총장 결재로 졸업하는 것은 대학 자율권에 속하는 것"이라고 말해 학칙에 반영되지 않아 잘못이라는 교육부 지적에 반박했다.

염 총장도 체육특기자 기존 학사관리에 관해서는 대학 자율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매년 치르는 운동경기대회 '연고전'을 문화·예술·학술·아마추어스포츠 등을 모두 포함하는 '연고제'로 바꾸겠다는 방향도 언급했다.

한편, 이들은 이날 발표한 체육특기자 선발 정책이 이른바 '정유라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염 총장은 "작년 봄에 김 총장과 고민하면서 체육특기자 제도를 학생 본분에 맞는 아마추어리즘으로 할까 논의했다"며 "지난해 9월 고연전 축사에서 김 총장이 아마추어리즘 방침을 밝혔고 정유라 사건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해 11월에 이미 합의문을 작성했는데 사건이 터지면서 시기를 놓쳤다"고 해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이효석 기자 com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