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국민연금 책임투자팀장, 홍완선 전 본부장 재판서 증언
"삼성서 '배임' 걱정…홍완선, 합병비율 조정 더 요구 못해"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으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다가 삼성 측에서 자신들의 배임죄를 우려하는 바람에 비율 조정 요구를 강하게 하지 못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홍 전 본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해 공단에 1천억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기소됐는데, 결과적으로 삼성 측 입장을 봐주려다 자기 발등을 찍은 셈이 됐다.

국민연금공단 정재영 책임투자팀장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 전 본부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증언했다.

정 팀장은 홍 전 본부장과 함께 2015년 7월 7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을 만나 합병 비율(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 조정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홍 전 본부장 등은 이 자리에서 합병 비율의 불공정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합병 비율을 바꾸고, 합병 전 중간 배당을 실시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부회장 측은 '합병비율이 이미 공고돼 있어 비율을 바꿀 경우 제일모직에 대한 배임죄가 될 수 있고, 중간 배당도 제일모직에 손해를 가져올 수 있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정 팀장은 특검이 "공단이 합병 건에 대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었는데 공단 손해를 막기 위한 추가적인 요구는 더 이상 하지 않았냐"고 묻자 "(홍 본부장이) 한두 번 얘기하다 배임죄 얘길 듣고는 더이상 요구 못했다"고 답했다.

정 팀장은 홍 전 본부장과 함께 복지부 관계자들을 만나 삼성 합병 건을 외부 위원들로 구성된 전문위원회에 부의하겠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전문위원들을 '찬성' 방향으로 설득하겠다는 게 홍 전 본부장의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남권 당시 복지부 연금정책국장 등이 "내부 투자위에서 결단을 내리라"고 해 전문위 부의는 무산됐다고 증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이보배 기자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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