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가격 업소' 이름표 떼주세요
음식점과 미용실, 목욕탕 등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소를 ‘착한가격 업소’로 지정하는 행정자치부 정책이 수년째 공전하고 있다. 인건비와 물가 상승 압박에도 서비스 가격을 올리지 못해 업소 지정을 자진 취소하는 사례도 속출 중이다.

25일 행자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착한 업소는 전국 6018곳으로 전년(6334곳)보다 300곳 이상 줄었다. 제도가 시행된 2011년 2497곳에서 이듬해(6576곳) 배 이상 늘었으나 이후 매년 감소 추세다. 서울 강남구의 한 착한가격 업소 주인은 “인건비가 매년 오르는 데다 올해 월세 부담도 커져 음식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며 “조만간 구청에 지정 취소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정과정에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착한가격 업소 선정 기준은 가격과 품질, 친절도, 위생 등이지만 가격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업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가격이 해당 지역 평균보다 싸야 한다는 게 행자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서비스 종류별로 지역 평균가가 얼마인지 측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가 외식업중앙회나 한국요식업협회 등 외부 단체에 자문을 구한다지만 뚜렷한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며 “예를 들어 고기구이 전문점인데 고기가 아니라 김치찌개가 저렴해서 착한가격 업소로 지정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가격 인하를 억제하면서까지 업소 지정을 유지할 만큼의 인센티브가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지자체가 지원하는 인센티브는 쓰레기봉투값 보조, 소상공인 정책자금 우선 대출 등에 불과하다. 또 행자부가 운영하는 착한가격 업소 웹사이트가 제때 업데이트되지 않거나 휴대폰 앱(응용프로그램) 서비스가 지난해 정지되는 등 홍보가 미비하다는 문제도 거론된다.

행자부 관계자는 “올해 착한가격 업소사업에 배정된 예산이 하나도 없지만 지자체, 민간단체 등과 사업 정상화 방안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지정 업소에 주는 인센티브를 늘리고 일정 부분 가격 인상을 허용하는 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