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 종로경찰서 상대 '집회·시위 금지 취소소송' 승소
"이익 덜 침해하는 방법 고려한 흔적 없어"…본안 판결은 처음


지난해 말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의 집회·시위를 제한한 경찰 처분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의 재직 당시 퇴진 요구 시위에 대한 본안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전농이 서울 종로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 금지통고 처분 취소소송에서 "지난해 11월24일 전농에 한 옥외집회·행진 금지통고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농기계·화물차를 이용한 옥외집회나 시위만 제한해도 교통불편을 막을 수 있다고 볼 여지가 있는데도 경찰이 전농의 이익을 덜 침해하는 방법을 고려한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여러 차례 시위 방법을 조율하려고 시도했는데도 전농이 응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찰이 전농 관계자와 협의를 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전농은 지난해 11월 옥외집회 및 시위 계획을 경찰에 신고당했다가 금지당하자 행정소송을 냈다.

전농이 낸 집회·시위 계획은 같은 달 25∼30일 서울 세종로 공원에서 약 800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열고, 25일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세종로부터 정부서울청사, 자하문로 등을 거쳐 신교동 교차로까지 1개 차로로 800여명이 행진하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전농이 교통 체증이 심한 곳을 집회 장소로 신고했는데 회원들이 농기계·화물차를 집회에 동원하려고 시도한다며 금지통고를 했다.

전농은 당시 경찰의 금지통고에 반발해 낸 집행정지 신청에서도 일부 인용 결정을 받아서 계획대로 행진과 집회를 했다.

다만 법원은 중장비를 주·정차하거나 행진 구간에서 운행하는 것을 금지했고, 27∼30일 집회 금지 처분도 유지했다.

집행정지란 특정 행정처분이 집행되거나 효력이 발동해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 그 처분의 효력·집행을 정지해서 권리를 보전하는 제도다.

행정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 이미 처분이 이뤄져 권리를 잃지 않게 하려는 취지다.

한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을 비롯한 다른 단체들도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 집회·행진을 제한받거나 금지당한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내서 1심이 진행 중이다.

법원은 집행정지 결정을 통해 청와대 근처까지 행진을 인정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jaeh@yna.co.kr